[한경닷컴]대형공사 입찰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이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건설산업기본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 입찰심사 평가위원 박모 교수 등 7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발표했다.재판부는 또 평가위원들에게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건설업체 임직원 17명과 현대산업개발ㆍ삼성물산ㆍGS건설ㆍ포스코건설ㆍ대우건설ㆍ대림산업ㆍ계룡건설 등 7개 업체에 대해서도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박 교수 등은 2006년 9월 중순 동남권 유통단지 건설 입찰을 앞두고 공사 설계 적격심의 소위원회 평가위원으로 참가해 특정 업체에 최고 점수를 준 뒤 각각 3000만∼1억8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이들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이 법은 건설공사의 시공과 관련해 발주자나 수급인 등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공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원심은 건설업체 임직원과 공사 입찰심사 평가위원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재물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관련법은 공사 발주하거나 수급한 업체가 재산상 이익을 공여ㆍ취득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며 “종업원 등이 개인적 목적으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ㆍ공여하는 행위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공사 수급업체가 공사 발주자인 서울시 SH공사에 금품을 공여한 것이 아니고 평가위원 역시 개인적 목적으로 재물을 취득한 것”이라며 건설산업기본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다.그러나 개인비리는 인정해 배임수증재나 뇌물수수ㆍ공여 혐의는 유죄를 확정했다.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시행을 맡은 동남권 유통단지는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 50만㎡에 물류단지,활성화 단지,전문상가단지 등 3개 단지로 나눠 건설되고 있으며 총 공사비가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