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트리지움 66㎡상가 분양가 30억→22억으로낮춰
커피숍ㆍ병원에 싼값 임대도
[강남 상가 '미분양 마케팅' 현장 둘러보니] 아파트 이어 상가도 분양가 '깎고 또 깎고'

'분양가보다 20~50%까지 값을 깎아드립니다. "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할인 판촉 광고가 아니다. 경기불황에 고분양가가 겹치면서 좀처럼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부동산 1번지인 서울 강남 상가 분양 광고 전단지 내용이다. 주택은 가격이 한창 오를 때의 90% 수준을 회복했다지만 상가 분양은 한겨울이기 때문이다.

3.3㎡당 1억5000만원의 고분양가로 눈길을 끌었던 잠실 트리지움(옛 잠실3단지)의 단지 내 상가가 단적인 예다. 이 상가는 2007년 분양을 시작했지만 높은 분양가에 빈 상가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지난해 말 1억3000만원으로 가격을 깎은데 이어 올초에도 한 차례 분양가를 인하해 3.3㎡당 1억800만원까지 매물이 나와 있다. 사려면 분양면적이 대부분 66㎡(전용면적 33㎡)여서 목돈 22억원이 들어간다.

지난해 6월부터 분양 중인 대치동 E상가도 비슷한 경우다. 분양업체는 분양면적 79㎡의 1층 상가를 18억원에 내놨다 팔리지 않자 15억원까지 가격을 내렸다. 역삼동에서는 분양가를 절반으로 낮춘 경우도 있었다. 준공한 지 3년이 지나도록 분양이 되지 않자 3.3㎡당 5500만원이던 가격을 2750만원으로 '뚝 잘라' 분양하고 있다.

분양이 여의치 않자 임대부터 하고 보는 경우도 많다. 전기료 등 관리비를 건지는 동시에 임대를 통해 구체적인 수익률을 보여주고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서다. 대치동 개나리아파트 인근의 한 상가는 '1층에 은행이 입점하기로해 5년간 연 5%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미분양 마케팅에 나섰다. 잠실의 한 학원전문상가도 1층에는 커피숍 등에 임대를 줬으며 목동의 한 미분양 상가도 병원에 시세보다 싼 가격에 먼저 세를 주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아파트 단지보다 덩치가 작아 신문광고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인근 공인중개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미분양 상가들은 대부분 적게는 분양가의 1%,많게는 2%까지 인센티브를 내걸고 중개사들에게 고객 유치를 '읍소'하고 있다. 미분양으로 남은 강남권 1층 상가의 분양가가 20억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2000만~4000만원이 중개 사례금으로 지불되는 셈이다. 거래금액의 0.9% 내에서 중개사가 매도 · 매수인과 조정하도록 한 법정 상가 중개수수료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세곡동의 한 중개사는 "행정구역상 강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가의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전단이 많은 날은 10장 넘게 팩스로 들어온다"고 전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은 "실물경기가 얼어붙다보니 좀처럼 미분양이 나지 않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가 늘고 있다"면서 "상가의 가치는 철저히 얼마만큼의 수익성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수익률에 비추어 적정한 가격인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경목/박종서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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