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보다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더 주고 분양받은 복층 아파트(각 동 최상층 아파트를 2층으로 설계한 가구) 입주자들이 일반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인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분양가를 더 주고 입주했는데도 시세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어서다.

◆1억원 비쌌던 아파트 2000만원 싸게 거래

112㎡형 등 비교적 작은 아파트에서도 복층 아파트를 내놨던 은평뉴타운 시범지구(2008년 6월 입주)가 단적인 예다. 7단지 135㎡형은 로열층 일반아파트의 경우 6억4000만~5000만원에 거래되지만 복층아파트 중에는 최근 6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분양당시 이 아파트 일반층의 분양가가 5억원 선이었던 반면 복층아파트는 5억8000만~6억원 선으로 훨씬 비쌌다.

분양가 기준 5000만원이 더 비쌌던 112㎡형의 복층아파트도 지금은 일반층보다 2000만원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나마 북한산 조망이 가능한 175㎡형에서 복층과 일반층에 상관 없이 웃돈이 1억원 정도 붙어 복층의 '이름값'을 하고 있다. 135㎡형 일반층에 입주해 있는 직장인 A씨는 "복층에 사는 윗집 사람이 매주 찾아와 '분양가 1억원을 더 준 건 손해보는 셈 칠 테니 집을 맞바꾸자'고 한다"고 전했다.

다른 곳도 비슷하다. 2005년 경남 마산에 입주한 하늘채2차 단지 109㎡형은 다락방을 하나 만든 복층아파트의 분양가가 300만원 비쌌지만 현재는 일반아파트 로열층보다 오히려 3000만원 낮은 1억5000만원에 거래된다. 옥상 공간에 최상층 입주 가구의 전용면적을 꾸미는 등 다양한 복층아파트를 선보였던 동탄신도시에서도 일반아파트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의 중개업자들은 "일반 아파트에 비해 매물이 적다보니 따로 시세가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없어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비,평면구조가 문제

분양당시만 해도 같은 크기의 일반아파트보다 넓은 공급면적과 이색적인 구조로 각광받았던 복층아파트가 이렇게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인근 중개업자들은 무엇보다 관리비 부담을 꼽았다. 예컨대 은평뉴타운 135㎡형의 일부 복층아파트는 지난 겨울 관리비가 월 70만원까지 나와 20만원이 나왔던 일반층보다 3배 이상 난방비가 더 들었다.

H공인 관계자는 "복층아파트는 맨 윗층이다 보니 열전도율이 높아 난방비와 냉방비가 많이 든다"면서 "입주 후 첫번째 겨울을 지내보고는 복층아파트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마산 하늘채2차 단지 근처의 C공인 관계자도 "지방사람들의 한 달 수입이 뻔한 상황에서 관리비 10만원,20만원이 크다"며 "경기가 침체되면서 복층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 떨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똑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쪼개 1,2층에 나누다 보니 전반적인 공간활용이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은평뉴타운의 D공인 관계자는 "일반층에 비해 복층아파트에 살림 둘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비슷한 면적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계단 공간 등도 넣다보니 아무래도 복층 아파트가 좁아 보이는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