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서울 양천구 목동에는 이상한 일이 생겼다. 같은 단지의 같은 평형에서도 전세가가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벌어졌으며 입주한 지 6년 된 아파트가 2년 된 아파트의 전세가를 앞지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모든 일은 올해 3월 개교한 목운초등학교를 둘러싸고 시작됐다.

목운초등학교는 트라팰리스,하이페리온1차,쉐르빌 등 2000년 이후 입주한 고가 아파트들 사이에 자리잡아 개교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이들 아파트의 높은 생활수준만큼 '교육특구'로 불리는 목동에서도 차별화된 교육환경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자녀들의 목운초등학교 배정을 요구하는 학부모 30여명이 강서교육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는 목운초등학교 배정 여부에 따라 갈렸다. 1~15동까지는 목운초등학교에 배정되고 16~34동은 인근의 다른 초등학교에 가야 하는 목동7단지의 경우 같은 단지에서도 전세가가 1000만~2000만원이 차이 난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1~15동은 전세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마포에서까지 와서 결국 전세가 안 나와 울며겨자먹기로 16동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2003년 입주한 하이페리온 1차 단지의 전세가가 2007년 입주한 하이페리온 2차 단지를 압도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정보업체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하이페리온 2차 187㎡형의 전셋값이 하이페리온 1차의 동일 평형보다 3000만원 정도 비쌌지만 올해 1월부터는 하이페리온 1차 187㎡형의 전세시세가 5억2500만원으로 하이페리온 2차를 5000만원 이상 압도했다.

B공인 관계자는 "목동은 중학교와 초등학교 학군이 강하다"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특목고 준비에 들어가는 등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