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기업들이 경비절감에 나서면서 도심권 강남권 여의도권 등 서울 3대 업무지역을 각각 대표해 온 초대형 오피스 빌딩조차 공실사태를 맞고 있다.

강남의 랜드마크인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 사진)와 여의도의 상징인 63빌딩은 이미 면적기준으로 4000㎡가 넘는 공실이 생겼으며 도심권 서울파이낸스센터조차 조만간 빈 사무실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완화와 유동자금 증가 등으로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오피스 임대시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불투명한 경기회복 전망이 부각되면서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12일 오피스전문업체인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강남 테헤란로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한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GFC)는 4월 말 현재 7개층에서 7820㎡의 공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처음 빈 사무실(982㎡)이 생긴 뒤 반년 만에 8배나 증가한 것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지상 45층(연면적 21만2563㎡)짜리 초고층 빌딩으로 상징성 차원에서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줄을 이으면서 2007년 11월부터 공실률 '제로' 상태였으나 지금은 3.69%까지 올랐다.

임대료가 3.3㎡(1평)당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으로 최고 수준인데도 사무실이 비자마자 곧바로 채워졌던 1~2년 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박종헌 교보리얼코 투자자문팀장은 "강남권의 경우 기업 헤드쿼터보다 지원 업무 기능이 주로 임대하는 지역이어서 쉽게 이전 대상이 된다"며 "강남파이낸스센터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85년 개관 이후 서울의 '간판' 역할을 해 온 여의도 63빌딩도 대규모 공실이 발생했다. 63빌딩(연면적 16만6429㎡)은 지난해 11월 899㎡가 빈 사무실로 남아 0.54%의 공실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2개층에서 4132㎡(공실률 2.48%)가 비었다. 63빌딩 역시 2007년 완전임대된 뒤 단 1㎡의 공실도 발생하지 않았던 오피스다.

이들 강남파이낸스센터와 63빌딩은 입주기업을 엄격히 심사한 뒤 사무실을 빌려주기로 유명한 빌딩이다. 임대료 납부능력은 물론 기업 평판까지 깐깐하게 따졌으나 경기 하락에 따른 공실은 피해가지 못했다.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센터는 지난해 완전 임대에 성공한 뒤 아직까지 빈 사무실이 없다. 하지만 다음 달 400㎡ 남짓한 소규모 공실이 나타날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스업계 관계자는 "모 입주업체가 사무실 면적을 줄이겠다고 밝혀와 서울파이낸스센터 측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의 대명사로 불리는 서울파이낸스센터는 30층(연면적 11만9345㎡) 규모다. 임대료가 3.3㎡당 보증금 120만원에 월세 12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싼데도 그동안 높은 인기를 끌어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의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랜드마크 빌딩조차 임차인이 임대료 부담을 못 이기고 떠나고 있을 정도로 임대시장마저 사나워졌다"며 "대형 오피스를 비롯한 오피스 공실률은 당분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