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송도 등 청약 인파로 북새통

강남권 재건축은 호가 약세에도 거래 없어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시작된 청약열기는 의왕, 서울에 이어 인천 송도까지 옮겨붙었다.

모델하우스에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청약은 중대형도 1순위에서 마감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반 아파트 거래시장은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오름세를 멈추고, 거래량도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춤한 일반 거래시장 대신 청약시장이 최근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며 "수도권 택지지구와 서울 재개발 등 인기물량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청약열기는 계속되는 반면 일반 아파트 시장은 잠시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달아오르는 분양시장, 썰렁한 거래시장 = 최근 인천 청라지구 한화 꿈에그린, 호반 베르디움, 서울 신당 래미안, 의왕 내손 래미안 등 서울.수도권 아파트의 청약이 1순위에 모두 마감되며 불경기를 무색케한데 이어 이번엔 인천 송도에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분양하는 인천 송도 '더샵 하버뷰Ⅱ'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개관 첫날인 8일 1만여명이 찾은데 이어 주말인 9일에도 1만명이 넘는 구름인파가 몰렸다.

방문객들은 모델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오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섰고, 관리자들이 안전사고에 대비해 줄을 세워 입장을 유도했다.

모델하우스 내부 유닛과 상담석에는 구조를 둘러보고, 분양조건 등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모델하우스 밖에는 암암리에 분양권 거래를 하려는 `떴다방'도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달 22일 1순위 청약에서 최고 11.16대 1의 경쟁률로 수도권 청약열기의 불씨를 지핀 청라지구 한라비발디는 계약률도 대박을 쳤다.

지난 6-8일 정식계약 기간에 전체 992가구중 91%가 계약된 것.
이 아파트는 계약후 1년간 전매가 제한됨에도 불구하고 벌써 프리미엄이 1천만-3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한라건설은 예비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할 경우 무난히 100% 계약을 마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 조재희 부장은 "청약열기가 실제 계약까지 이어진 것은 실수요자들이 많이 청약했다는 방증"이라며 "지난해 말 이후 신규 아파트 분양이 거의 없어 희소가치가 높았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아파트보다 3.3㎡당 200만원 가량 싸다는 점, 골프장 조망권 등 입지여건이 뛰어난 점이 어필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무산되면서 일반 주택 거래시장은 소강상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01%로 사실상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등 강남권 대표 재건축 단지는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최고 4천만원 싼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안된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집값이 안정되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요즘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청약시장으로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분양인기 지속, 거래시장은 주춤할 듯 = 그렇다면 청약시장에 쏠린 관심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건설사들이 달아오른 시장 분위기에 한껏 고무돼 알짜지역의 분양일정을 앞당기고 있어 청약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일단 이달 중에는 인천 청라지구 분양이 계속된다.

14일에는 청라지구 M4블록에 롯데건설이 롯데캐슬 주상복합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개관하고, 이달 말에는 SK건설, 반도건설, 동양메이저, 한양, 동문건설 등 5개사가 3천173가구를 동시분양한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이사는 "청라지구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으로 앞서 분양한 비상한제 아파트보다 싸고 5년내 팔면 양도소득세도 전액 면제되기 때문에 최소한 분양가 차액만큼 시세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가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에는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물량이 대기중이다.

우미건설, KCC건설, 화성산업, 현대성우종합건설 등에서 3천200여가구를 한꺼번에 내놓고 청라지구와 맞대결을 한다.

동작구 흑석동 동부센트레빌, 동작구 본동과 성동구 금호동 삼성 래미안 등 서울지역 우량 재개발 아파트도 다음달 줄지어 분양된다.

이에 비해 강남권을 비롯한 주택시장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분양이 중단된 곳이 많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는 대기 청약자들이 몰릴 것"이라며 "특히 새 아파트는 미분양과 마찬가지로 입주후 5년간 양도세가 면제되는 특혜가 있어 일반 거래시장 대신 청약을 통해 내집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강남 집값은 단기에 너무 올라 당장 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많고 5-6월은 전통적인 비수기"라며 "투기지역 해제 등 특별한 호재가 없다면 한동안 보합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약시장도 '반짝 열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청라지구의 경우 올해 8천여가구 분양이 추가로 대기중이고, 영종하늘도시, 송도국제도시에도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어 '물량 충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인천 등지는 수요에 비해 공급물량이 많고, 하반기 경제 불안도 배제할 수 없어 청약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라며 "반짝 과열에 동요해 분양가, 입지 등을 따져보지 않고 묻지마 청약을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