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 침해 논란을 낳은 정부의 양도소득세 개정안이 수정에 칼질을 거듭한 끝에 29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지난달 15일 정부가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시한 없이 일반세율(6~35%)로 낮추는 것이었지만 이날 통과된 안은 투기지역에 대해서는 중과체제를 유지하고 시행기간도 내년까지로 못박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초 입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또 3월16일부터 시행한다는 발표를 믿고 거래한 투기지역 3주택자의 소송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의 반발로 30일 법사위 및 본회의 통과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 심의 때마다 바뀐 법안
양도세 중과 폐지안은 거의 법안심의 때마다 내용이 바뀌면서 '누더기가 됐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애초 정부안은 3주택자 이상의 양도세율을 아예 일반세율로 과세하자는 안이었으며 일몰 시기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일 기획재정위에서 법안을 상정하고 21~22일 조세법안 심의가 이뤄지면서 정부안에 칼질이 가해졌다.

살아날 조짐을 보인 부동산경기와 투기 우려 같은 시장 상황에, 시행시기를 3월16일로 못박으면서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했다는 정치적 논리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세소위에서는 양도세율을 6~35%로 낮추되 투기지역의 경우 정부가 15%포인트 범위 내에서 탄력세율을 시행토록 하는 방안, 단일세율로 올해는 35%, 내년 이후에는 33%를 적용하는 방안이 나왔다.

지난 27일 조세소위 의결안은 비투기지역에 대해 중과제도를 폐지하고 투기지역만 일반세율에 탄력세율을 15%포인트 내에서 추가하도록 했다.

탄력세율은 현행 최고세율인 45%를 넘지 않도록 10%포인트로 의견이 모아졌다.

더욱이 2년간 한시 적용한다는 일몰조항까지 붙었다.

다만 정부 발표를 믿고 3월16일부터 법 시행전까지 이뤄진 투기지역 거래에 대해서는 탄력세를 부과하지 않는 방식으로 구제하기로 부칙에 경과규정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29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는 다시 한 번 바뀌었다.

투기지역에 대한 탄력세 부과도 3월16일부터 소급적용하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고 탄력세율도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고 법률에 10%포인트로 못박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정부 발표에 따른 시장 혼란에 대해 국회가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니 누더기 법안이 되는 거 아니냐"며 투기지역 중과체제 유지를 위한 취지에 맞게 탄력세율도 소급적용하는 게 앞뒤가 맞다고 주장했다.

◇ 본회의 통과 불투명
양도세 중과 폐지안 발표를 믿고 이뤄진 거래에 대한 정부의 구제요청에도 불구하고 투기지역 탄력세 부과도 소급적용키로 함에 따라 피해자들의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주택 이상자가 3월16일부터 투기지역인 강남3구에 있는 부동산을 팔았을 경우 정부가 발표한 원안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거래 건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거래가 있었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강남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부 발표를 듣고 판 경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강남3구만 제외될 경우 집단소송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원안보다는 세금을 더 내겠지만 탄력세율을 적용하더라도 현행 45% 단일세율보다는 적게 내게 된다.

피해액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탄력세율이 구간별로 적용되면서 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양도차익이 1천200만 원까지는 16%, 1천600만 원 초과~4천600만 원 구간은 26%, 4천600만 원 초과~8천800만 원은 35%, 8천800만 원 초과는 45%의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지만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현재 유일하게 남은 투기지역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 대한 투기지역 지정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