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 22일 서울 성북구 보문로 성북구청 신청사 지하 1층 강당에서 성북 · 강북지역 공인중개사들을 초청,'제15회 전국 순회 한경부동산포럼'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상훈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과 한경베스트공인중개사로 선정된 36명의 공인중개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올 들어 집값이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크게 들썩였지만,성북 · 강북지역에는 아직 봄바람이 불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은 전반적으로 집값에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되며,수요자들도 대체로 관망세라고 전했다.

다만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조금씩 기대감은 커지는 양상이었다.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길음 · 장위 뉴타운과 미아 균형발전촉진지구 등을 눈여겨볼 만한 곳으로 꼽았다.

◆봄바람 없지만 기대감은 높아

정해진 굿리치공인중개사무소 대표(장위동)는 "지난 3월25일 뉴타운 내 주거용 토지거래허가 대상을 20㎡ 이상에서 180㎡ 초과로 대폭 완화한 시점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아직까지 급매물에 관심을 보이는 정도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반 매물에도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 전까지는 20㎡(6평) 미만 주택지분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인기였지만,지금은 대형인 165㎡(50평)대가 강세"라고 말했다.

장정숙 일신공인중개 대표(정릉1동)는 "지난 겨울은 최근 10년래 가장 혹독했지만 올 들어 토지거래 규제 완화 이후 소형 평형 위주의 급매물들이 대부분 소진되는 등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며 "다만 지난달 말과 이달 초까지 거래가 일어나다 국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다시 주춤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정릉동 이수브라운스톤 아파트 83㎡(25평)의 경우 작년 5월 이전에는 3억5000만~3억7000만원에 거래되다 작년말 3억1000만~3억2000만원까지 떨어진 뒤 지금은 3억2000만~3억3000만원에서 매매된다"고 말했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허종섭 황금알공인중개 대표(상월곡동)는 "경기가 조금씩 나아진다고 하지만 아직은 거래가 거의 없고 수요자들도 관망세"라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이 지역 시장은 잠을 자고 있어 집값 상승이나 하락에 대한 감을 잡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김상훈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성북 강북구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현금 자산 보유액은 5억~7억원 정도인데 이들은 아직까지 투자에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 계층은 금융 상품과 주식 투자 손실로 보유 현금이 줄어들어 급매물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위 · 길음 뉴타운 투자가치 높아

성북 · 강북지역에서는 뉴타운 지역이 '투자 1순위'로 꼽혔다. 강경구 경은공인중개 대표(장위1동)는 "작년 3월만 해도 장위 뉴타운 33㎡(10평) 미만 빌라지분 가격이 3500만~40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000만~3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다만 급매물은 거의 소진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장위 뉴타운은 서울 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경전철이 운행되고 드림랜드가 공원(북서울 꿈의 숲)으로 바뀌면 용산 한남 성수에 이어 서울 강북에서 주목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승혜 황금공인중개 대표(장위동)는 "급매물 위주로 조금씩 매물이 팔려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매수자는 분명히 대기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장위 뉴타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대표는 "경전철이 다음 달 착공될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간 뒤 수유동의 작은 평형 빌라 매물이 쑥 들어갔다"며 "강남에 투자하려면 10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여기는 5억원이면 가능한 만큼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방안이 확정되면 소액 투자자들이 장위 뉴타운으로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균형발전촉진지구에도 관심

중개사들은 길음 · 월곡(미아) 균형발전촉진지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은 뉴타운과 연계해 개발되며 성매매 집결지 등이 정비된다.

최진실 최진실공인중개 대표(하월곡동)는 "길음과 미아 일대는 2018년 2500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하는데 지분값이 너무 저평가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33㎡(10평)짜리 가격이 4000만~5000만원 하다가 지금은 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며 "현재가 투자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설 열린공인중개 대표(하월곡동)는 "길음 · 월곡 균형개발촉진지구는 뉴타운 한복판에 있고 길음 · 장위 뉴타운보다 오히려 주목받을 수 있다"며 "하월곡동 집값은 작년 상반기보다 10~15% 떨어졌지만 올 들어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
했다. 그는 "래미안월곡 아파트 99㎡(30평) 가격이 지난해 5억3000만~5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지금은 4억5000만~4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온다"며 "각종 개발 계획들이 많이 잡혀있는 만큼 투자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 커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혼선과 강북 소외,공인중개사에 대한 무작위 세무조사 등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신태동 동우공인중개 대표(돈암동)는 "다주택 소유자가 전체의 5%에 불과한 데도 양도세 중과문제가 표류하면서 돈 가진 사람들이 전혀 투자를 하지 않게 만들었다"며 "부동산으로 큰 수익을 얻는 시대는 끝난 만큼 양도세를 과감히 낮춰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선 대덕공인중개 대표(석관1동)는 "집값이 조금만 올라도 세무당국이 공인중개업소에 대한 무작위 조사를 벌이는 등 규제가 너무 강한 것도 거래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정병관 성북부동산중개 대표(삼선동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성북구 지회장)는 "세무조사가 나온다는 소문만 돌면 진위여부를 확인도 안 한 채 문부터 걸어닫는 것도 문제"라며 "공인중개업소에 대한 지도감사와 무허가 중개사 단속권한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 이관해 달라고 국토해양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건호/성선화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