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2신도시 등에서 토지보상을 받은 사람들은 물론 대전 대구 부산 전주 등지에서 올라온 투자자들이 개포주공 아파트를 사겠다고 몰려들었습니다. "(서울 개포동 D공인 사장)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이 강남 3개구를 빼놓고 추진되면서 강남 시장이 휴지기에 접어들었지만 보름 전만 해도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개포동 행렬'에 올라탔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릴 대로 풀린 유동성,다시 부각되는 강남권 투자가치,지금 가격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언제 다시 강남권 아파트값을 밀어올릴지 모른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실물경기 회복 지연과 소득 감소 등 부동산가격 하락 요인을 들며 '부동산 신버블'을 경고해 봐야 '쇠귀에 경읽기'라고 말한다.


◆봄바람과 함께 분 유동성 장세

작년 말부터 서울 마곡지구와 위례신도시,경기 동탄2신도시에서 풀린 토지보상금은 현재까지 5조9000억원.이 뭉칫돈이 올봄부터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면서 서울 강남과 목동은 물론 인근 지역 중대형 아파트 거래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 래미안 분양 담당자는 "23억원 하는 238㎡형 아파트 미분양분이 이달 들어 여러 채 팔려나가 우리도 놀랐다"며 "매입 자금은 토지보상금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곡지구가 있는 서울 강서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등촌동 세계공인의 박병구 대표(한경 베스트 공인)는 "한 달에 한두 건 거래되던 우장산힐스테이트 155㎡형이 지난달 10여건 매매됐다"며 "마곡지구 지주들이 은행에 예치해 뒀던 토지보상금을 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연 5%대(은행 기준)로 떨어진 저금리도 유동성 장세의 한 축이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K씨는 올초 과천 주공2단지 59㎡형이 2006년 최고점보다 40% 떨어진 6억원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자 바로 계약서를 썼다. 자기 돈은 6000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제1,2금융권에서 연 6.5%로 대출을 받았다. K씨가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는 약 300만원.작년 11월 어렵사리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면 월 이자(연 9%)는 400만원. 이 집은 이달 초 7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올라갔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유동성 조절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지켜봐야 겠지만 부동산 시장이 과열양상만 보이지 않는다면 당국이 유동성을 급격히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전되는 주택구매심리

주택구매심리는 올 들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나찬휘 국민은행연구소 부동산연구팀장은 "매수 · 매도 격차가 좁혀지며 매수심리가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개포주공 인근 중개업소들은 개포주공 매수세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작년 12월이 아닌 11월 중순부터 붙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포동 G공인 중개사는 "국토해양부 장관이 작년 11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임대주택 의무비율 폐지 방침을 천명하자 구매심리가 급격히 호전됐다"며 "매수세가 일어난 지 5개월이나 지났으니 바닥이 확인된 게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강남의 거주,투자가치가 다시 부각되면서 강남과 비(非)강남 집값에 간극이 벌어질지도 관심이다. 회사원 P씨는 작년 말 목동의 전용면적 100㎡ 아파트를 7억8000만원에 팔고 8억원에 나온 반포동 85㎡ 아파트 급매물을 사들였다.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자녀를 위해서다. 잠원동 김신홍 신한공인 사장(한경 베스트공인)은 "내년부터 고교선택제가 실시될 것에 대비해 교육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강남'의 가치가 다른 버블세븐 지역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실수요자도 적지 않다. 서울 광진구 노유동에서 전세를 사는 Y씨는 최근 서초동 신동아 아파트와 삼성동 상아아파트를 살까 고민하다 인근 광장동의 한 빌라로 전세를 옮기기로 했다. 그는 "집값의 바닥 여부는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돼 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집 구입을 미룬 배경을 설명했다.

장규호/노경목 기자 dani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