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살고 있는 교포 A씨(65)는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109㎡(33평)형을 전세를 끼고 9억5000만원(전세 보증금 3억원 포함)에 샀다. 투자 자금으로 들여왔던 50만달러(7억5000만원)는 당시 환율이었던 달러당 1500원대에 환전했기 때문에 실투자금 6억5000만원을 충당하고도 남았다. 이후 약 2개월 만에 환율은 1300원대로 떨어졌고 집값은 3000만원가량 올랐다. 이에 따른 투자 평가이익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올 1분기 해외 교포를 포함한 외국인들이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등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올 1분기 서울 지역에서 총 394건,금액으로는 1267억6900만원(공시지가 기준)에 상당하는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분기(297건,768억8200만원)보다 건수로는 31.6%,금액으로는 64.8% 증가한 수치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해외로 이민 간 교포들이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이 사들인 부동산에는 주로 서울 강남 요지에 있는 아파트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서초구 반포동 자이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미국 뉴욕 등지에서 20여가구 정도를 한꺼번에 취득 신고해 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자치구별 취득 현황을 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비율이 40%에 육박했다. 거래 건수(금액)를 보면 △강남구 63건(169억5900만원) △서초구 48건(186억9400만원) △송파구 38건(91억5200만원) 등으로 전체의 37.8%를 차지했다. 이어서 △마포구 34건(128억7800만원) △강동구 27건(58억900만원) △용산구 25건(107억1900만원) △중구 25건(36억300만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광일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올초부터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해외 교포를 비롯한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며 "다만 환율이 그동안 많이 떨어진 데다 강남 일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