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삼성건설(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동아시아 최고 높이의 빌딩 건설'을 놓고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30일 서울 상암 DMC(디지털미디어센터)의 랜드마크로 건설될 '서울라이트'의 높이를 첨탑 100m 포함,640m로 설계해 동아시아 최고 높이의 빌딩으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동아시아 최고 높이를 목표로 작년 말 착공된 중국의 '상하이 타워'(120층 이상,632m)보다 8m 높은 것이다.

그러자 보름 뒤 용산역세권개발㈜이 당초 106층,620m 규모로 계획됐던 랜드마크 '드림타워'의 높이를 665m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삼성이 주간사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설립한 회사다.

삼성이 계획을 변경하자 대우도 즉각 "100m인 기존 안테나 높이를 160m로 높여 '서울라이트'의 높이를 더 높일 수 있다"며 맞불을 놓고 나왔다. 높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우건설 최원철 부장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안테나 높이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었다"며 "'드림타워' 등 국내 빌딩들 뿐만 아니라 '상하이 타워'와도 비교해 동아시아 최고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지나친 높이 경쟁이 소모전으로 흐를 것을 우려해서다. 박중권 서울시 투자유치과장은 "공식적으로 대우 측과 높이에 대한 얘기를 한 바 없다"며 "높이 문제는 아주 민감한 부분이라 우리가 높인다고 하면 저쪽(드림타워)도 높여버리기 때문에 아직 공식적인 발표를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유석 서울시 용산지구팀장도 "처음부터 '꼭 620m여야 한다'고 말한 게 아니라 단지 기준으로 삼았을 뿐"이라며 "5개의 설계안 중 뽑은 것이 665m였을 뿐 의도적으로 높이를 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경쟁적인 초고층빌딩 건설이 건설경기 부양과 고용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건물 외에도 잠실과 뚝섬 등에 초고층 빌딩 건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과잉으로 인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걱정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처럼 상당수의 초고층 빌딩들이 완공 후 높은 공실률로 애를 먹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