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다주택자에 대한 일반적인 양도세 중과(重課)는 폐지하는 대신 투기지역에만 가산세를 물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 발표를 믿고 지난 3월16일 이후 집을 판 다주택자는 구제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같은 방안에 대해 야당은 기본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여당이 표결처리를 시도할 경우 물리력으로 저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이 수정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정 합의 구체안은

현행 소득세법은 다주택자가 투기지역에서 양도한 주택에 대해서는 15% 한도 내에서 가산세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다주택자에 대해 그보다 높은 50%~60%로 양도세를 매겨왔기 때문에 이 규정은 사문화된 상태였다. 이번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대신 투기 우려를 감안,이걸 부활시킨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복안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가산세율을 몇 %로 할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양도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 구간별 세율마다 일괄적으로 동일한 가산세율을 보탤지 아니면 최고 세율에 가산세율을 더한 단일세율로 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대 50% 범위 내에서 정부가 세율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대략적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영향은

현재 투기지역은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만 남아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시장 추이를 봐가며 투기지역 범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는 것이어서 시장에서 거래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집주인들이 그동안 세금 부담 때문에 팔지 못했던 주택을 내놓으면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증가를 불러와 집값 상승재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남 3구는 양도세 중과보다 가산세 적용 때 오히려 더 무거운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기존 일반세율(6~35%,내년부터는 6~33%)에 최고 15%를 가산세로 얹게 되면 50% 세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3주택자에 적용되는 45% 단일세율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한나라당 정책위 관계자는 "무조건 15%를 가산하는 것은 아니기에 투기 광풍이 부는 경우가 아니라면 50%까지 세율을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통과 순탄할까

한나라당은 이 같은 수정안을 가지고 23일까지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야당을 설득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했으며 소위에서도 "부동산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오제세 의원)"는 점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표결로 가게 되면 재정위 한나라당 의원 수가 민주당보다 압도적으로 많아(14 대 8) 통과는 어렵지 않다. 야당도 물리력을 동원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한편 지난달 정부 세제 개편 발표시점(3월16일) 이후 일반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해 주택을 이미 매도한 다주택자는 어떤식으로든 구제키로 했다. 당정 간에는 3월16일 이후부터 이달 말 관련 법이 국회에 통과되는 시점까지만 일반세율 특례를 적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태/차기현/박종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