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까지 하락을 거듭하다 연초부터 반등하고 있는 주택시장.지난 1년간 가장 부침이 심했던 지역은 어디일까. 서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이른바 '버블 세븐'의 핵인 강남권 3구를 떠올리기 쉽지만 답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려 있는 강동구다.

2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의 집값은 지난해 3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7월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서울 전체 매매가보다 4개월 일찍 떨어진 것.또 5월부터 매매 가격이 내리막을 타기 시작한 강남구와 서초구보다도 2개월 빨랐다. 10월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3226가구의 암사동 롯데캐슬 입주까지 겹치면서 3.55%나 떨어졌다.

거꾸로 집값이 반등할 때도 가장 속도가 빨랐다. 올 1월 강동구의 전월 대비 매매가는 1.95% 상승해 같은 달 0.28% 오른 강남구보다 상승폭이 컸다. 서울 전체와 서초구 집값이 올 1월까지 떨어지다 2월부터 회복세에 접어든 것과도 대비된다.


실제 국토해양부에 신고된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2월 6억1000만원까지 올랐던 고덕 주공 2단지 49㎡(전용면적)는 지난해 2월부터 떨어지기 시작,12월에는 4억8400만원에 거래됐다. 올 들어서는 집값이 회복되기 시작해 이 아파트의 경우 1월 5억원,2월에는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같은 강동구 집값의 '롤러코스터 타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10 · 29 대책,2005년 8 · 31 대책 발표 당시에도 수익성이 악화된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1억~1억5000만원 정도 급락했다가 이내 회복하는 등 강동구는 '급등락 단골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급등락의 요인으로 강동구 고덕동,상일동,둔촌동 등지에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1만9858가구)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규제와 경기에 민감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많은 지역일수록 시세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부장은 "2007년부터 규제에 의한 수익성 변화에 따라 재건축 단지의 매매 가격이 전체 시장보다 앞서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 비해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시세에 민감한 요인이다. 강동구에는 시세 5억원 이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많은데 전세를 끼면 2억~3억원 정도로도 재건축 지분을 살 수 있다. 이런 지분을 산 소액 투자자들은 '맷집'이 약해 경기 부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강동구 재건축 시장에는 직장인 등 소액 투자자들이 유독 많은데 이들의 특징은 장기 투자보다 치고 빠지기를 선호한다는 것"이라며 "현금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투자 물건부터 던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저점을 찍고 올라온 강동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의 시세는 당분간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고덕 주공을 비롯한 5층 이하 저층 재건축 단지들의 용적률이 올라가는 등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