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큰손'들이 상업용 빌딩에서 재건축 추진 아파트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일부 실수요자까지 매수에 가담,서울 강남은 물론 '버블세븐'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붙고 있다.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마곡지구,위례신도시,동탄2신도시 등 3곳에서 5조9000억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린 데 이어 연말까지 10조1000억원이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이런 유동성에다 연 4%대 후반까지 내려온 저금리(주택담보대출) 상황이 '부동산 랠리'의 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 폐지와 관련,정부와 여당이 오락가락하는 등 투자환경이 극히 불안정해 향후 '버블세븐'만의 단기급등에 그칠지,또는 숨고르기를 거쳐 집값 상승세가 확산될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린다.

강남 집값,연초 대비 1억원 이상 올라

버블세븐(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양천구 목동,경기 분당 용인 평촌) 전 지역이 2006년 말 이후 2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주 주간 매매가 변동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 3개구의 경우 작년 12월 집값이 전달보다 1.99% 떨어졌으나 올 1월 들어 0.53%,2월엔 0.67%,3월 0.15%씩 회복됐다. 목동이 속한 양천구는 2월 0.7%로 강남발 훈풍을 쐬기 시작했으며 분당은 2월 이후, 용인은 지난달 처음 집값이 오름세로 전환했다.

서울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중개사는 "서울에서 1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2006년 말 최고점 가격의 80%,5층짜리 재건축 추진 아파트는 90%까지 근접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집값 급등의 진원지는 층수제한 완화라는 개별 호재를 더 가진 개포주공이다. 4월 초까지 값이 계단식으로 오르자 매물이 회수되고 이어 호가를 높인 매물이 나오고 그 가격에 한 건이라도 거래되면 다시 호가가 높아지는 식의 호가 및 가격상승세가 반복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56㎡형은 현재 11억5000만원,43㎡형은 7억4000만원 선으로 연초보다 평형별로 1억5000만~2억원 뛰었다. 이는 개포시영 둔촌주공 반포주공1단지 순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둔촌주공4단지는 112㎡형이 현재 9억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중층 아파트인 잠실주공5단지는 112㎡형이 11억1000만원으로 작년 말 최저점보다 3억원가량 올랐다.

이런 집값 앙등에는 원화 가치 상승을 겨냥한 해외교포의 투자도 영향을 미쳤다. 싱가포르 교민 한 사람은 최근 개포주공 아파트 3채를 15억원에 매입,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 '큰손'들도 20억~30억원에 '재건축 아파트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정책혼선으로 시장은 더 혼란

이처럼 달아오르던 강남 부동산 시장은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집권 여당의 양도세 중과 폐지 유보 움직임 △서울시의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원상회복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 3각파도를 맞아 주춤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갈팡질팡하자 '강남발 버블논란'에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거래가 사실상 스톱됐다.

둔촌주공4단지 H공인 관계자는 "둔촌주공 전체에서 통상 일주일에 10여건씩 거래됐었는데 지난 한 주 동안엔 한건도 거래가 없었다"고 전했다. 개포주공을 필두로 지난 주말 호가가 1000만~2000만원씩 내렸다. 압구정동도 호가가 최대 5000만원씩 내리고 있다. 압구정 구현대3차 82㎡형 호가가 1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은 도 엇갈린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금리 인하라는 상승 에너지가 거의 다 소진됐다"며 강남 집값 약세반전을 점쳤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도 "강남은 몇 명만 움직여도 시장 전체가 들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희일비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반면 신한은행 이광일 부동산전략팀 부장은 "하반기에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돼 경기 바닥이 어느 정도 확인되면 또 한 차례 반등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장규호/박종서/성선화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