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건너편에 이중문으로 굳게 닫힌 '수상한'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있다. 일반적인 모델하우스는 사람들의 눈길을 조금이라도 더 끌려고 출입문과 벽을 유리로 만들어 내부를 훤히 드러내지만 이곳은 다르다. 달걀색 대리석으로 외벽 전체가 마감된 건물은 언론에 공개를 거부할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초대된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한화건설이 서울 성동구 뚝섬에 짓고 있는'갤러리아 포레'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하우징 갤러리' 이야기다.

'갤러리아 포레'는 233~377㎡형 230가구로 이뤄진 주상복합 아파트다. 분양가가 국내 최고인 3.3㎡(1평)당 3971만~4598만원에 달한다. 가격이 가장 싼 주택도 27억3966만원(233㎡형)이고 최고층(45층)인 펜트하우스는 52억5200만원(377㎡형)이다.

모델하우스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방문을 위해 모델하우스 입구에 서 있으면 직원이 나온다. 그는 예약 여부를 확인한 뒤 안내를 한다. 모두 2개의 문을 거쳐야 모델하우스 내부를 볼 수 있다. 첫 번째 문은 직원이 인터폰이나 무전기를 이용해 열어달라고 요청을 해야 열린다. 실내화로 갈아신고 자동문을 지나야 모델하우스 내부가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로비에서 최고층인 3층의 천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웅장하고 탁트인 느낌이다. 내부도 거의 대리석으로 마감했다.

안내데스크의 예약명단에는 평일인데도 시간당 한 팀씩은 찾아오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3분쯤 기다리니 분양상담사가 다가왔다. '갤러리아 포레' 분양팀은 1대1 개인안내서비스를 한다. 상담사가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1층 안쪽에 있는 서울숲 인근 지역 축소 모형.이 자리에 서 있으면 실제 갤러리아 포레 30층쯤에서 볼 수 있는 조망을 확인할 수 있다. 100만㎡가 넘는 서울숲과 성수대교를 비롯한 한강 풍경 그리고 강남권이 눈앞에 펼쳐진다.

견본주택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간다. 2층과 3층에 각각 233㎡(70평) A-1형과 331㎡(100평) D-1형 견본주택이 꾸며져 있다. 천장 높이가 2.6m로 일반 아파트(2.3m)보다 높은 데다 최고 층고가 2.8m 이상이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최근 청약을 마친 최고급 임대아파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보다 더 시원한 인상을 받았다. 견본주택의 창문 뒤편에는 완공됐을 때를 가정해서 풍경 사진을 붙여둬 실제 아파트에 들어온 기분이다.



233㎡형의 경우 거실 발코니를 'ㄱ'자로 설계해 한강 조망권을 최대한 확보했다. 안방에는 가변형 벽체를 통해 서재를 만들 수도 있다. 331㎡형은 거실과 식탁 공간 등을 포함하면 크기가 농구장 절반 정도나 돼 보인다. 하얀 색 광택 소재를 사용한 장식장이 거실 한쪽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색적이다. 장식장은 사각형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식탁은 창문 바로 옆으로 한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주방에는 문을 달아 거실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으며 주방 안쪽에 가사 도우미 방을 설치했다. 안방에 들어가면 유리벽을 통해 욕조가 들어온다. 욕조 바로 옆쪽이 창문이어서 목욕을 하면서 주변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안방 드레스룸은 100㎡(30평)형대 아파트 안방 크기만한 드레스룸이 마련됐다.

뚝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곳은 갤러리아 포레뿐만 아니다. 뚝섬은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시민 시설로 사용되는 2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가 아파트 용지다.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갤러리아 포레'가 1구역이고 대림산업은 3구역에서 '한숲 e-편한세상'을 짓고 있다. '한숲 e-편한세상'은 당초 331㎡형으로만 196가구를 분양하려했으나 주택 크기를 여러 가지로 하는 설계를 진행 중이다. 4구역은 다음 주 최저입찰가 3880억원에 재매각된다. 아파트 분양 업계에 따르면 뚝섬지역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들의 분양 성적은 주택경기 침체와 맞물려 신통치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뚝섬 일대에 개발호재가 많아 현 상황만으로 미래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서울숲 동쪽 편 성수동 일대 노후지역 63만6756㎡(성수지구)를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 대상 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추진될 전망이다. 성수지구에는 평균 30층 최고 50층짜리 초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현대제철이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3만2548㎡)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건축 계획을 내놨다. 현대제철이 서울시에 제출한 제안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본사를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110층짜리 빌딩을 건설할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2014~2015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