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지금이 집을 팔기에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완화와 금리인하에 따라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집주인들이 주택을 처분하기 쉬워진 데다 집값이 더 이상 가파르게 오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전국 923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메일을 통해 실시한 '2분기 소비자 주택시장 태도조사'에서 주택매도지수는 지난 1분기 -20.2에서 77.3포인트 오른 57.1로 집계됐다고 15일 발표했다.

주택매도지수는 집을 팔기에 적당한 시점인가를 보여주는 수치다. "현재 집을 팔기에 적당한 시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과 '아니다'는 답변이 같을 때는 지수가 100이 된다. 이보다 높으면 지금이 매도시점이라는 의견이 그렇지 않다는 것보다 많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지 않아 매도세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주택매도지수는 작년 3분기부터 단 한 번도 15를 넘은 적이 없었다.

주택매도지수가 높아진 이유는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며 매수자들이 따라 붙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 팔 수가 없었다. 시세 차익을 얻고 주택시장을 빠져나오거나 2006년 말과 2007년 초에 '상투'를 잡은 사람들이 손절매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이러다가 정부의 연이은 규제완화 발표 등으로 매도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났다.

반면 주택매수지수는 1분기 122에서 80.8로 급락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머뭇거린다는 얘기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집주인들이 팔겠다는 의지가 높아졌지만 정작 사려는 사람들은 행동으로 옮기는데 주저하고 있어 추가적인 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최근 강남집값 상승은 규제완화와 함께 저금리가 주요 원인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김 소장은 15일 '소득과 담보대출 이자율 변화에 따른 균형주택 가격의 변동'이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강남권 등 버블세븐 아파트값 상승세는 저금리에 따른 주택 실수요가 늘어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통상 수요자가 가계소득의 25%를 주택담보대출의 대출이자(원리금 포함)로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면 연 평균소득이 4000만원일 경우 한해에 1000만원을 이자로 낼 수 있다. 서울에서 3억원짜리 집을 구입하면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았다면 연 6.67%까지 금리를 감당할 수 있다. 금리가 그보다 높으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만약 연 5%가 되면 1년에 750만원만 이자로 내기 때문에 1억원이 비싼 4억원짜리 집도 살 수 있게 된다는 것.김 소장은 "작년 9~12월에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8~7.5%대로 이자 부담이 커져 매물이 늘고 집값도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금리가 연 5% 초반으로 내려 급매물이 많이 늘지 않고 오히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