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 수도권 주택시장의 겉모습만 보면 봄바람이 불고 있는 듯 보인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이른바 버블세븐지역 시장을 중심으로 호가가 크게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12㎡(34평)형이 작년 말에는 8억원대에서도 거래됐으나 요즘에는 호가가 11억5000만원 미만인 매물은 찾아볼 수 없다. 최고가격인 2007년 초 13억원까지 호가됐던 수준의 88%까지 올라왔다.

강남구 개포주공과 강동구 개포주공 등 저층 재건축 단지들도 인기가 높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31%나 올랐다. 지난주 서울지역 집값 상승률은 0.14%로 3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상승폭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는 최고점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상까지 나온다.

이 같은 강남권 등 버블세븐 지역의 갑작스런 매매가 급등은 작년 10월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집값이 곤두박칠치면서 더 이상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바닥론'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금리하락 영향도 컸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가 되는 양도세예금증서(CD) 이율은 지난해 10월 말 연 6.18%였다가 13일 현재 연 2.43%까지 내렸다. 유동성 장세가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얘기다. 무장해제 상태로 풀린 재건축 관련 규제완화도 가격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바뀌면서 용적률을 최고 250%까지 높일 수 있게 됐고,임대주택 건설의무제도 사라졌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해제 방안도 한 몫했다.

강남 · 서초 · 송파구 등 강남권이 투기지구와 투기과열지역에서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투기지구 · 투기과열지구에서 풀리면 대출 얻기가 쉬워져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에 대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나타내고 있다.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는 것이 대부분의 주문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단기과열된 측면이 강해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고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도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조심스러운 시기"라며 조급한 마음에 서둘지 말라고 경고했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더 오를 수 있겠다"고 했지만 "많은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다"고 단서를 달았다.

2분기 들어서면서 분양시장도 깨어나는 모습이다. 서울 · 수도권에서 아파트 7만여가구가 공급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만3358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지난 1분기 전체 공급물량이 3만가구를 밑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늘어난 수준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은 인천 청라지구다. 이달부터 14개 단지에서 1만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쏟아진다.

학교건립비용 문제를 놓고 인천교육청과 한국토지공사가 마찰을 빚으며 분양일정이 지연되다가 최근에 해소됐다. 주택 크기는 모두 109㎡(33평)형 이상 중대형으로 분양가는 3.3㎡(1평)당 1000만~11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는 재개발 ·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과 은평뉴타운에 주목해볼 만하고,수도권에서는 광교신도시와 송도국제도시가 유망물량이다. 상가 빌딩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금리가 떨어지면서 사정이 나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끼고 구입하는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가 내리면 수익성이 높아지게 된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피스텔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가 악재다. 오피스텔이 과거 부진을 털고 최근 2~3년간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컸다. 보통 오피스텔은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양도세를 50~60%까지 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집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6~33%만 내도록 하는 법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상가 시장은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변수다.

토지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크게 풀렸고,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60%) 폐지 방침까지 전해지는 호재가 나타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현금 확보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돈이 오래 묶여있어야 하는 토지는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피스 빌딩은 중 · 소형을 중심으로 문의가 꾸준하다. 오피스 업계에서는 지난 해 3분기 이후 빌딩가치가 30% 이상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내리면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누리려는 자산가들이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