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주상복합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부산 지역 공인중개사들을 초청,'제14회 전국 순회 한경부동산 포럼'을 열었다. 지방에서는 처음 열린 포럼이다.

이날 행사에서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가 '부산 · 울산지역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베스트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공인중개사 100여명이 참석해 부산지역 집값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들은 부산에 쌓인 미분양 물량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부산신항 개발,거가대교 개통 등 다양한 호재를 바탕으로 해운대,센텀시티 등 일부 핵심지역에 대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대 투자매력 여전

정갑성 대진공인 대표(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는 "부산 부동산 시장은 서울 · 수도권과 비교할 때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라며 "다만 전체적으로 주택공급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된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는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필요로 하는 소형주택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이 땅값이 싼 외곽 지역에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주택에 치중해온 탓"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무는 "부산에서는 그동안 소형 주택 분양이 거의 없어 소형주택 전세난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재개발 등으로 그나마 있던 노후한 소형주택이 점차 사라지고 있어 소형주택의 매매가격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은 해운대다. 두산건설의 '두산위브더제니스', 현대산업개발의 '해운대 아이파크' 등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부산의 블루칩이다. 이 일대는 다른 곳과는 달리 프리미엄이 붙어있고 신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전망이 좋은 층은 전량 분양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비켜가는 양상이다. 또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센텀시티 등 유통시설이 들어서면서 부촌을 형성하며 새로운 주거단지로 급부상하고 있어 전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해운대 지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할 가치가 높는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선우 트럼프월드센텀부동산 대표는 "센텀시티 내 포스코더샵 112㎡(34평형)의 경우 작년 초 4억원까지 거래됐으나 작년 추석 이후부터 3억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는 다소 회복해 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해운대 아이파크의 경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층은 프리미엄이 최근 2억원까지 붙었으나 거래는 드문 편"이라며 "실제로는 프리미엄을 이보다 적게 주고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의 틈새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기조 동부공인 대표(해운대구 지회장)는 "반송동 일대의 노후 아파트의 경우 3.3㎡(1평)당 250만원 안팎으로 주상복합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 3.3㎡당 1000만원을 넘어선 재송 · 우동 일대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이곳 역시 전철 개통,농산물시장 개발 등의 호재가 있어 향후 높은 시세차익을 노려볼 만한 곳"이라고 추천했다.

◆명지국제도시 주목할 만

부산 구도심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얄리아 미군부대 이전 및 공원화,문현동 국제금융단지 조성 등 개발 호재가 만만찮은데도 경기침체 여파로 가격이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정동에서 영업 중인 강연수 현대공인 대표는 "하얄리아 부대 주변 범전동 재개발 구역 내 빌라 등 토지 가격이 현재 3.3㎡당 400만~500만원 정도"라며 "포스코가 제일제당 부지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의 3.3㎡당 가격이 1600만원 선이었음을 볼 때 앞으로 투자가치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려 180㎡ 이하 토지에 대해 앞으로 4~5년 정도 묻어둔다 생각하고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신도시로 개발 중인 강서구 명지 일대는 긍정적인 전망 속에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놓았다. 55만7000평 규모로 '미니신도시'인 명지주거단지는 입주가 본격화됐다. 15개동 1122가구의 롯데캐슬이 지난해 12월18일 첫 입주 테이프를 끊었고,극동스타클래스도 21개동 1124가구도 입주한다. 총 2866가구의 영조주택 퀸덤1차아파트는 이달 입주가 시작된다.

이동열 명지스타공인 대표는 "현재 명지 일대 부자들이 해운대로 옮겨가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은 산업 기반이 강서쪽인 데다 부산시의 개발의지가 확고해 해운대와는 별도의 축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또 "현재 퀸덤 등 대규모 단지 입주가 시작되면서 경기침체 속에 거래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조금이라도 프리미엄을 붙여 팔고 싶은 매도자들과 싼 값에 입주를 원하는 매수자 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