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원칙대로.' '책임을 물을 수밖에.' '(대기업의) 모럴 해저드.'

이 같은 허준영 코레일 사장의 발언에 관련 업계가 발끈하고 있다. 지난 7일 취임 인사차 과천 국토해양부 기자실을 찾은 허 사장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실패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민자사업 주체인 용산역세권개발㈜이 금융위기로 2차 중도금(4027억원) 납부 연기를 요청한 것에 대해 "원리원칙대로 하겠다"고 못박았다. 또 "대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더 성의를 보여야 하고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은) 금융회사들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모럴 해저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압박했다.

이를 두고 건설사들은 허 사장이 업계 사정을 너무 모른다며 격앙된 반응이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형 건설사업들의 PF가 줄줄이 무산된 터라 더욱 그렇다. 용산개발의 최대 수혜자는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땅값(용산철도정비창 부지)으로만 8조원을 얻게 된다. 총사업비(28조원)의 28.6%다. 이자까지 더하면 9조2000억원에 달한다. 3.3㎡(1평)당 7400만원이라는 고가에 부지를 판 덕분이다. 지난해 이미 계약금과 1차 중도금으로 8150억원을 받았다.

더구나 코레일은 이 사업의 지분 25%(PFV ·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기준)를 가진 최대주주다. 한 관계자는 "코레일이 건설사와 금융회사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이러다 사업이 무산되면 코레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용산 프로젝트(연면적 317만㎡ · 96만평)는 국가적인 랜드마크 사업이다. 영국 런던의 카나리워프(6조원 · 59만평)나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4조원 · 23만평),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플라츠(3조원 · 20만평)보다 훨씬 규모가 큰 세계 최대 복합개발사업이다.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와 해외 건설시장 위축,금융시장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와 금융회사의 사정은 외면한 채 땅값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듯한 코레일의 태도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코레일의 경직된 사고는 공기업 개혁이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