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참여업체들의 중도금 미납으로 차질을 빚는 가운데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 업체들에 원칙을 지켜달라며 계약이행을 촉구했다.

허 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역세권개발은 꼭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다.

내가 보기에는 컨소시엄에서 성의를 더 보여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외환위기 때도 계약 이행을 안 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사들이 대기업인데 역세권개발 컨소시엄만 앞에 내세우면 우리는 금융투자회사나 자산관리회사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모럴해저드가 될 수 있다"며 참여 업체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컨소시엄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이 매각한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대금 중 중도금 8천800억원을 납부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내지 못한 채 이자율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는 1일부터 토지대금 8천800억원에 대해 연 17%의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허 사장은 "컨소시엄이 사업을 수주한 2007년 11~12월 기사를 다 읽었는데 그때랑은 너무 태도가 다르지 않으냐. 자기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백번을 양보해도 컨소시엄에서 무리한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컨소시엄이 중도금을 안 낸다면 "원칙적으로 가겠다"고 말한 뒤, 법적 대응 여부를 묻는 말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따른 재정 부담과 관련해 허 사장은 "슬기롭게 잘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해 "가장 힘든 게 구조조정인데 5천115명을 하게 돼 있다.

노조와 충분히 의논하고, 설득해서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중장기 청사진 마련을 위한 방안도 밝혔다.

허 사장은 "내부와 외부에서 절반씩 참여해 15명 정도로 경영기획단을 꾸릴 계획이다.

안전, 차량기술, 고객 서비스 등 분야별로 매주 한번 대토론회를 열어 청사진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허 사장은 취임 20일이 채 안됐지만 철도 이용객들의 민원도 일일이 노트에 적으며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일을 마치고 서울로 올 때 막차 시간이 오후 9시 25분으로 너무 이르다는 얘기를 듣고 실무진에 개선 방안 마련을 지시, 다음 달부터는 부산발 서울행 마지막 열차 시간이 오후 10시 5분으로 변경되도록 했다.

허 사장은 "철도에 명운을 걸겠다.

KTX 브랜드를 1등으로 올리는 게 목표다"라며 "철도는 대국민 서비스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작은 민원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개선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