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63억8000만달러,러시아 4억달러,두바이 10억8000만달러.'

보름 새 78억6000만달러(약 10조8169억원)의 해외수주가 날아갔다. 작년 해외건설 수주 총액(476억달러)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해외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달러박스'역할을 했던 해외 건설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건설)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나킬사가 발주한 10억8000만달러 짜리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공사 계약이 취소됐다고 3일 공시했다.

▶본지 3일자 A2면 참조
삼성물산, 두바이 1조4천억원 공사 무산

삼성건설은 "나킬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해왔다"며 "선수금을 받지 않았고 공사도 시작되지 않아 별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두바이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입구에 지상 47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2개동과 쇼핑몰 백화점 등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나킬이 계약을 백지화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가하락,부동산가격 급락,관광산업 부진 등으로 두바이 경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GS건설이 수주한 4억달러(5338억원) 규모의 러시아 타타르스탄 정유공장 사업도 발주처가 자금조달에 실패,지난 2일 취소됐다.

지난달 20일에는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등 4개사가 따낸 63억8000만달러(8조9000억원) 규모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수주가 날아갔다. SK건설이 계약한 쿠웨이트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7억달러)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건설 등이 입찰에 뛰어든 쿠웨이트 석유회사(KOC)의 신규 정유공장 원유 파이프라인 공사(18억달러)도 불투명해졌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가 점쳐졌던 카타르 알샤힌 정유공장 프로젝트(50억달러)도 작년 12월 입찰이 진행되던 도중에 무기연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을 비롯한 해외 공사 계약이 잇따라 취소된 것은 유가급락에 따른 재정 압박과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수주액은 8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58%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올해 목표치를 지난해 실적(476억달러)의 84% 수준인 400억달러로 잡았지만 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