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뜨거운 감자'였던 잠실 제2 롯데월드 건축을 최종 허용하기로 하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제2 롯데월드가 단순히 초고층 상업시설의 의미를 넘어서 강남권을 대표하는 또하나의 랜드마크 시설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 재료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고, 장기적으로는 교통체증 등의 문제점이 있어 인근 부동산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잠실 아파트 호가 오를 듯 = 잠실 전문가들은 제2 롯데월드 건립을 계기로 잠실의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그동안 잠실은 주로 베드타운 성격이 강했는데 초대형 상업.업무용 시설이 들어섬으로 인해 상업시설과 주거가 융합된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 롯데월드 외에 재건축 규제 완화,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투기지역 해제, 광범위하게는 문정법조타운, 송파 위례신도시 조성까지 많은 개발 호재가 잇따르고 있어 당분간 잠실이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잠실 주공5단지 등 수혜 아파트는 이미 연초부터 제2 롯데월드에 대한 개발 재료가 반영돼 가격이 강세로 돌아섰지만 이번 결정으로 가격이 한차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정부가 제2 롯데월드 재허용 방침을 밝힌 지난 25일부터 호가가 1천만-2천만원 뛰기 시작했고, 매수 문의도 늘고 있다.

119㎡의 경우 현재 매물이 13억5천만원, 115㎡는 12억5천만원, 112㎡는 11억3천만원 선이다.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는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인근 지역 주택의 매매,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민들이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롯데월드 건립이 확정되면 팔겠다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추가로 호가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천동 장미아파트 89㎡는 6억5천만-7억1천만원 선으로 강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제2 롯데월드가 건립되는 쪽으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호가가 뛰진 않고 있다"며 "다만 잠실 주공5단지 등이 오르면 매수여부와 관계없이 일단은 호가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송파구에서 추진하다가 특혜 시비 등으로 무산된 상업용지로의 용도변경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공인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은 제 2롯데월드가 들어선다면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주공5단지도 상업용지로 바꿔주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가능성을 떠나 매도자들의 기대치는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2 롯데월드가 건립되면 인근 잠실역 지하 상가와 새마을 시장을 비롯한 상권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잠실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많아져 침체된 상가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기만 살아난다면 장기적으로 상가 가격과 권리금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2 롯데월드가 대부분 상업시설로 구성되고, 최근 입주한 주공1-4단지 재건축 아파트 단지내 상가 규모가 만만치 않아 오히려 공급과잉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제2 롯데월드가 주변 상업시설과 시너지 효과를 낼 지 주변 상권을 빼앗아가는 부정적인 역할을 할 지는 두고봐야 안다"고 말했다.

삼전동, 송파동, 잠실본동, 석촌동 인근 단독주택은 개발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 교통지옥 우려...가격 상승도 제한적 = 하지만 교통문제 만큼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2 롯데월드가 장기적으로 이 일대 교통여건을 악화시켜 되레 집값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잠실 주공1-4, 시영 재건축으로 2만5천여가구에 이르는 초대형 단지가 입주하면서 이 일대 출퇴근 시간대 교통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주말에도 잠실역 사거리는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기존 롯데월드 방문객들로 인해 도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또 2010년 이후에는 송파 위례신도시 분양이 시작되고, 문정동 동남권 유통단지, 문정 법조타운 개발 등 또다른 교통 유발 요소들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송파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잠실 주공, 시영 재건축 단지 입주후에는 평일에 강남으로 진입하는데만 30분 이상 걸리고, 주말에는 롯데백화점 등 유입 수요로 인해 강남 삼성역부터 교통체증이 시작된다"며 "철저한 교통계획없이 제2 롯데월드가 건립된다면 이 일대가 교통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잠실이 서민 아파트에서 중산층 이상이 선호하는 주거단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업무단지가 아닌 주거, 상업지역 성격이 강해 주변 부동산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의 기대감으로 잠시 호가가 뛸 수는 있지만 제2 롯데월드나 투기지역 해제 등은 이미 노출된 재료로 가격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변 아파트 가격은 교통이나 일조권 등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잠시 호가가 오르더라도 경기침체로 매수세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며 "상승장에 무리하게 추격매수를 했다가 대기 매수자들이 사라지면 가격이 떨어져 낭패를 볼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