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 서초 · 송파구 등 이른바 서울의 강남 3구에 지정돼 있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가 상당기간 유보될 전망이다.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 3구의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데다 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택 시장이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토해양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정돼 있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주택 시장이 지난해 말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해양부는 당초 지난해 12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강남 3구의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로 협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제 시기가 지연돼 왔다.

최근까지만해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당장 강남 3구의 투기지역을 해제할 수도 있다"고 밝혀 투기지역 해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투기지역 해제 소문과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 등 각종 호재에 부동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집값이 급등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210채로 2006년 12월(1642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격도 많이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면적 77㎡(14층)가 지난 1월에 비해 4100만원 오른 8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면적 51㎡(3층)는 무려 9300만원 오른 8억6300만원에 거래됐으며 최근에는 10억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국토부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감안할 경우 강남 3구의 규제 완화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며 "재정부 등과 강남 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논의한 적이 없으며 협의할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강남 3구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언제 해제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