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도 2천만-3천만 원 상승

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과 버블세븐 일부 지역의 급매물이 이달 말 들어 다시 팔리고 있다.

이달 초까지 불안 조짐을 보였던 미국 경제와 국내 환율, 주가 등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일각에서 우려한 '3월 위기설'이 사실상 소멸한 까닭이다.

또 강남 3개구 투기지역 해제 가능성, 잠실 제2 롯데월드 건립 허용 의지 재확인 등도 매수세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는 최근 열흘 새 호가가 2천만-3천만 원 올랐다.

42㎡는 2주 전 7억-7억1천만 원이던 것이 지난주에는 7억2천만-7억3천만 원으로 뛰었다.

50㎡는 8억4천만-8억5천만 원에서 8억7천만-8억8천만 원으로 상승했다.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매수자들이 집을 살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매물이 팔릴 때마다 가격이 500만-1천만 원씩 계단식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이달 초 잠시 주춤했던 거래가 다시 늘면서 호가도 강세다.

112㎡는 지난 23일 11억2천만 원에 팔리고 나서 현재 11억5천만 원까지 올랐다.

119㎡는 지난 17일부터 10여 개가 거래되고 나서 13억5천만 원으로 3천만-4천만 원 상승했다.

박준공인 김정연 이사는 "4월 투기지역 해제 후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잘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제2 롯데월드, 투기지역 해제 등 재료가 있으니 이달 중순부터 다시 오른 값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주공 2-3단지와 시영 등 재건축 단지는 호가는 그대로지만 지난주부터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실로암공인 양원규 대표는 "2월까지 호가가 많이 오르면서 3월 들어 거래가 주춤했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매수자들이 붙기 시작했다"며 "3월 위기설이 조용히 사라지면서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이 들썩이면서 같은 버블세븐 지역인 목동, 분당 등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89㎡는 이달 초 6억 원에 팔렸으나 이달 하순에는 6억2천만 원까지 거래됐다.

115㎡도 9억6천500만 원에 팔리고서 10억 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우석공인 임규만 대표는 "매수 시점을 저울질했던 대기자들이 금융시장이 안정되자 집값이 더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6억 원대 초반 매물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분당신도시도 거래가 활발하진 않지만, 이달 초보다 1천만 원 정도 오른 가격에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한신 105㎡는 6억2천만 원까지 팔리고서 현재 6억2천만-6억5천만 원까지 부른다.

해내밀공인 이효성 사장은 "이달 말 들어 분위기가 호전되며 중대형도 서서히 급매물이 빠지기 시작했다"며 "6월 판교 입주라는 변수는 있지만 바닥론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금융위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경제여건에 따라 가격 등락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일부 경기지표 회복에도 실물경제 침체와 구조조정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도 시장에 기대감이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 집값이 크게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