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기 용인시 상현동 힐스테이트 입주를 앞두고 있는 김영재씨는 입주시기가 7개월이나 남았는 데도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2007년 이 아파트 127㎡형을 5억5800만원(3.3㎡당 약 1470만원)에 분양받았는데 인근 현대아이파크 115㎡형 시세가 비싸봐야 3억8000만원(3.3㎡당 1086만원)이기 때문이다.

분양가보다 3000만원 손해보는 가격에 내놓았으나 매수자를 찾기 힘들다. 지금 살고 있는 분당 집값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어 용인 입주를 위해 분당 집을 팔기도 아깝다는 생각이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7~2008년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가 올해부터 내년까지 몰리면서 지방 아파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불꺼진 아파트'(준공후 미분양이 많이 남거나 입주율이 현저히 떨어진 단지) 공포감이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용인 판교 일산 파주 등 수도권에서 오는 5월 말부터 내년까지 총 20만채 이상의 아파트들이 집들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많은 입주물량을 소화해줄 수요자들을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선 기대하기 힘들어 입주 예정자들의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분양대행업체 우영D&C의 조우형 사장은 "작년까지는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며 "지금은 미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된 것으로 나오자 하반기쯤 집값이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이 기존 집의 매도 시기를 늦추면서 입주를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입주 예정자들에게 일단 기다려볼 것을 권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세계경제가 생각보다 빨리 반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되는 사람이라면 분양권 전매보다는 세입자를 구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낮은 금리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곽 대표는 "입주 기간이 지난 뒤 한 달간 잔금 연체금리가 예전엔 연 16%대였는데 지금은 연 10%대로 떨어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시행사와 입주 기간 연장 등도 협상하면 입주 시기를 더 늦출 수 있다"고 귀띔했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물건을 빨리 처분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경쟁 매물보다 훨씬 큰 폭으로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당 아파트 분양대행 회사나 입주마케팅 회사들이 미래 투자가치를 밝게 하기 위해 이런 매물을 자기 부담으로 매입해 주는 경우가 있어 협상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입주 기간이 여유있게 남은 경우는 시행사가 어떤 마케팅을 펼칠지 기다려볼 필요도 있다. 아파트 시행 · 시공사들이 계약자 상황에 맞는 중개,세제,금융서비스에 자녀 전학 문제까지 상담해 주는 등 입주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경우 경기도 남양주 양지 e-편한세상의 입주를 촉진하기 위해 계약자가 분양권을 팔거나 전세를 놓을 경우 중개업소에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높은 금액을 지원해 주고 입주가구 청소서비스도 해준다.

롯데건설은 롯데홈쇼핑과 제휴,입주 예정자들에게 홈쇼핑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및 케이블 방송을 통해 롯데홈쇼핑 물건을 구입할 경우 10%를 깎아주는 것이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