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아파트 입주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아파트 하자보수 상담, 대출 알선이나 해주던 방식은 이제 한 물 갔다.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계약자 상황에 맞는 중개, 세제, 금융서비스는 물론 유통업체 제휴나 문화마케팅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달 2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남양주 양지 e-편한세상의 입주 촉진을 위해 '토털(Total) 입주관리 마케팅'을 도입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전체 계약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현지 중개업소와 연계해 매매, 전세를 알선해주고 이사, 전학 문제까지 해결해준다.

또 계약자가 분양권을 팔거나 전세를 놓을 경우 중개업소에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높은 금액을 지원해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잔금 선납할인도 선보였다.

입주지정기간(3월2일-4월16일) 동안 정상적으로 잔금을 납부하는 계약자에게는 입주지정기간 만료일로부터 연 8%의 이율로 할인해주는 식이다.

입주 가구에 대한 청소 서비스, 단지내 커뮤니티 시설 6개월 무료 이용권은 '덤'이다.

대림산업 유제규 차장은 "입주 시작 20여일 만에 전체 가구수(1천302가구)의 30%가 잔금 납부를 마쳤고, 45% 정도가 입주 날짜를 예약했다"며 "입주 예정자들과 중개업소의 반응이 좋아 예상보다 입주속도도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제휴한 소비자 마케팅도 활발하다.

삼성물산은 롯데백화점 안양점과 손잡고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 에버하임'의 입주, 분양률 제고를 위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한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후분양 아파트로 이달 초 입주가 시작되고, 전체 696가구중 154가구는 이달 말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공사가 끝난 142㎡형 1가구를 롯데백화점에 빌려주고, 이 곳에 가전, 가구제품을 전시한 뒤 입주 예정자와 신혼부부가 해당 제품을 구매할 경우 최대 5%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백화점 내에는 삼성물산의 내손동 분양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백화점 홍보 전단지에 아파트 소개 문구를 넣어 백화점 고객들에게 발송한다.

삼성물산 김상국 분양소장은 "입주자에 대한 서비스 혜택과 분양 홍보를 동시에 진행하는 윈-윈 전략"이라며 "입주가 잘 돼야 신규 분양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롯데홈쇼핑과 제휴해 입주 예정자들에게 홈쇼핑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및 케이블 방송을 통해 롯데홈쇼핑 물건을 구입할 경우 10%를 깎아주는 것이다.

서울 평창동 롯데캐슬 로잔과 부산 엄궁동, 대구 평리동, 부산 거제동 2차, 부산 부곡동 롯데캐슬 아파트의 입주민들이 이런 혜택을 받고 있다.

SK건설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한 문화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전주 '태평 SK 뷰(VIEW)' 홍보 목적으로 4월말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참여 스탭들에게 이 아파트의 고급 스위트룸과 주차장 등의 시설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는 단지 내에서 가든 파티를 열어 세계적인 축제를 입주민과 함께 즐길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태평 SK 뷰가 명품 아파트임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영화제와 접목한 마케팅을 선보였다"며 "아파트 가치와 인지도가 높아지면 입주율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입주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현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입주가 잘 돼야 잔금이 많이 들어오고 꽉 막힌 자금난에 숨통이 트인다"며 "미분양, 준공후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때에 이미 분양된 아파트의 계약자 관리는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