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그룹이 경기도 고양시와 함께 5.6㎢(17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한다. 신도시에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의 '산탄데르 시티'를 본뜬 33만㎡(10만평) 규모의 자체 금융타운을 건설한다. 국제 금융도시를 만들겠다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의 구상이 본격화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25일 일산 신도시 인근에 자족 복합도시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고양시와 체결했다.

하나금융은 고양시가 복합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고양도시공사에 일정 지분을 출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법적으로 지방정부가 산하 공사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도록 돼 있다"며 "협의를 거쳐 일정 지분을 출자해 복합도시 조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복합도시의 전체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3.3배인 28㎢(846만평)이며 하나금융과 고양시가 함께 개발하는 면적은 전체 도시의 20%가량인 5.6㎢(170만평)다. 하나금융은 이 중 33만㎡를 직접 매입,각종 업무시설을 통합한 가칭 '하나드림타운'을 건설할 방침이다. 이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주거와 기업,금융시설을 합쳐 만든 산탄데르 시티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하나드림타운 건설에는 수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탄데르은행은 1989년 스페인 국내 6위에 불과한 조그만 은행이었지만 이후 세계의 50여개 은행을 인수하면서 급성장해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서북쪽에 49만㎡(15만평) 규모의 산탄데르 시티를 세웠다.

당시 산탄데르은행은 마드리드 시내에 흩어져 있던 23개 건물을 모두 매각하고 6억5800만유로(약 1조1000억원)를 들여 이 도시를 건설했다.

김승유 회장은 2007년 이 산탄데르 시티를 가본 뒤 감명을 받고 직접 하나드림타운 건설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2007년부터 타운을 세울 적절한 부지를 물색해왔다"며 "서울 및 공항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고양시를 최적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고양시와 함께 토지 매입을 끝내고 2~3년 내 국토해양부의 도시 건설 승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승인 작업이 순탄하게 끝나면 2011년께 착공에 들어가고 2015년 내 타운을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이 타운에 하나은행 본점과 다른 계열사 본사를 이전시킬 계획이다. 나아가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해 글로벌 본부를 이곳에 구축할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민간 금융사 중에서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양시는 하나드림타운 유치를 출발점으로 금융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