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열 개라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바쁘고 힘드네요. "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65)은 요즘 60대 중반의 연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분주한 일과를 보낸다. 공무원,국회의원,기업인,언론인 등 건설경기 회생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다니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대한건설협회와 권 회장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숙제는 건설 · 부동산 경기 회복에 필요한 해법 찾기다. 당장 △미분양 해소 등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 △최저가 낙찰제 확대 계획 철회 △건설사 유동성 해소를 위한 회사채 발행 확대 △건설사 2차 구조조정 합리적 추진 △임대형 민자사업(BTL) 활성화 등이 목전의 과제다. 이들 모두 정부와 금융권 · 국회 등의 동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안이어서 원만한 해결이 쉽지 않다.

주택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는 미분양 주택 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정부가 다양한 규제완화를 통해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로 제대로 '약발'이 안 받고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택구입자금 출처조사 한시 면제,상속 · 증여세 부담 완화 등의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마련을 정부에 수차례 건의해왔다.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건설사 구조조정도 "건설업계만의 특성을 살린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서 구조조정을 해야지,그렇지 않으면 멀쩡한 기업이 부도를 맞는 등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협회는 정부가 공공공사 발주에 적용하는 최저가 낙찰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확대할 경우 공사단가가 낮아져 공사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고,건설사 경영난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산 절감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저급한 품질로 인해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줄 것이란 게 건설협회의 판단이다. 따라서 적정 가격과 기술력을 평가해서 공사를 발주하는 '최고가치 낙찰제'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협회는 또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확대해줄 것을 꾸준히 건의해오고 있다. 경기 침체로 생존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에 최소한의 일감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의 20~30% 수준에 불과한 SOC를 꾸준히 늘리는 게 선진국 진입의 지름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건설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는 '임대형 민자사업(BTL) 위축' 해결책 마련에도 발벗고 나섰다. 경기가 나빠지자 금융권이 투자계약을 하고 공사를 진행 중인 '임대형 민자사업'에까지 막무가내로 돈을 투입하지 않아 학교 등 공공시설물의 공사 중단이 속출하고 있다.

협회는 작년부터 교육부 · 국토부 · 기획재정부 등 해당 부처에 BTL사업의 금융투자 활성화에 대한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한 차례 관련 규정을 수정했다.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다시 개선을 요청하고 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