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균 해외건설협회장(55)은 지난달 20일 취임(임기 3년)하자마자 명함 양식부터 바꿨다. 명함에 큼지막한 얼굴사진을 넣었다. 지난 1월 국토해양부 제2차관을 끝으로 29년간의 공직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명함 교체와 함께 해외건설협회장으로서 남다른 각오도 새겨 넣었다.

이 회장은 "해외건설협회는 회원사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다른 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며 "민간 외교 조직인 코트라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취임 직후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0)들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들었다.

정부 고위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의식해 건설사 사장들이 협회로 찾아오겠다고 했지만 손사래치며 말렸다. "형식적이고 딱딱한 분위기의 간담회보다는 직접 회사로 찾아가 자유롭게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해외 건설 수주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일 잘하고 성과내는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원개발과 연계한 해외 수주 활동과 글로벌 펀드,물류 펀드 등을 활용한 수주를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며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올해 400억달러 수주는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6년 만들어진 해외건설협회는 이 회장 취임을 계기로 조직을 새롭게 바꿔 나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지원을 위해 비상임이던 회장직을 상임체제로 전환했다. 협회의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수주 활동을 뒤에서 지원하는 일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가 사상 최대인 476억달러(누계 3001억달러) 수주라는 금자탑을 쌓은 데는 협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실제 경남기업이 최근 6억5300만달러 규모의 알제리 신도시 공사 이행 및 선수금 보증서를 받아내는 데 협회는 큰 힘이 됐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 업체라는 꼬리표 때문에 보증이 제대로 안 이뤄지자 협회 임원들이 수출입은행과 수출보험공사 금융감독위원회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다니며 발로 뛰었다. 해외 현장에 파견된 인력의 급여 비과세 금액이 월 100만원에서 지난 1월부터 150만원으로 올라간 것도 협회의 노력 덕분이다. 협회는 업체들의 숙원인 이 문제를 풀기 위해 3년간 매달렸다.

현재 606개 업체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154개국 4205건의 해외 프로젝트 정보를 제공하는 협회의 정보 제공 사이트에는 6만4428명이 등록했다. 지난해 정보이용 건수는 126만8000여건으로 전년보다 77% 급증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