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지역 중소형 아파트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멈칫하고 있다. 지난해 급등한 뒤 올 들어 내림세로 돌아섰던 '노 · 도 · 강'(노원 · 도봉 · 강북구)에서는 호가가 오르고 매수문의도 늘고 있다. 하지만 소형 급매물만 거래되고 중대형에는 '입질'조차 없어 집값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소형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원구 상계동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급매물이 조금씩 팔리고 있다. 주공 9~14단지 56~63㎡형은 로열층 기준으로 1억4000만~1억5000만원짜리 급매물이 팔려나가 현재 1억8000만원 이하 매물을 찾기 어렵다.

이들 주택형은 지난해 2억원을 웃돌았었다. 102㎡형은 3억7000만~3억8000만원대의 매물이 소진되면서 4억원 미만은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2억6000만원을 호가했던 도봉동 서울가든 99㎡형은 최근 2억3000만원짜리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66㎡형 이하는 지난달 하순부터,99㎡형 이상은 이달부터 거래가 회복되며 강보합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작년 6월 6억원을 넘었던 중계동 청구,건영 105㎡형은 최근 5억3000만원 안팎의 급매물이 소화되고 현재 5억4000만~6억원으로 호가가 올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의 경우 소형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2000만원가량 상승했다. 79㎡형은 2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2억7000만원대 매물만 남아있다. 112㎡형은 3억2000만원짜리가 팔리고 3억4000만~3억5000만원 선의 매물만 나온다.

이에 비해 중대형은 여전히 '찬밥신세'다. 고점 대비 15~20%가량 떨어진 매물도 팔리지 않는다. 도봉동 동아아파트 138㎡형은 작년 초(5억5000만원)보다 7000만원 떨어진 4억8000만원짜리 급매물이 나와 있지만 사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노원구 상계동 임광아파트 122㎡형도 작년 최고가(6억3000만원)보다 20%가량 빠진 5억원짜리 매물이 있지만 매수자가 없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값이 싼 중소형은 어느정도 실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지만 중대형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북 집값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