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한국의 맨해튼'이란 별명을 갖고 있지만 세계적인 자랑거리는 못 된다. 여의도공원 서쪽으로 층고제한이 있는 데다 동쪽으로는 밋밋한 사각형 빌딩에 30~40년된 성냥갑 아파트가 흉물로 변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선정하고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권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혀 별명에 걸맞은 세계적 도심공간으로 탈바꿈할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여의도 일대를 싱가포르,홍콩에 필적하는 아시아 3대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업무특화지구인 중심업무지구에는 업무용 건물 및 호텔,판매시설 등을 갖춘 69층 규모의 파크원(Parc.1)이 2011년까지 지어진다. 55층 규모(연면적 50만7000여㎡)의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는 사업시행자인 미국 AIG 금융그룹의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사업은 일단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지원업무지구에는 고급 오피스와 회의시설,특급호텔,해외금융 전문교육기관 등이 들어선다. 주거지구에선 기부채납 등 개발이익 환수를 통해 도서관 공원 등 공공시설과 외국인용 임대주택 등을 짓는다. 서울시는 조만간 도시계획,교통,세제,관광 등 관련 부서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수변지역 공공성 확보방안에선 여의도가 성수 합정 이촌동 등과 함께 5대 전략정비구역(시범사업지구)에 선정됐다. 특히 강건너 용산과의 시너지를 높이려는 개발 청사진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는 용산과 함께 '국제금융업무'지구로 특화,개발할 계획이며 여의도~용산 사이에 모노레일 등 새로운 교통수단을 가설해 연계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여의도와 용산에 국제여객터미널을 만들어 한강과 경인운하 물길을 타고 인천 앞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주거지역은 한강쪽 전면의 시범아파트와 대교 · 삼부아파트,샛강변쪽 광장 · 미성아파트를 각각 통합,재건축하는 개발안이 마련된다. 여러 개 단지를 묶어 개발하는 합동개발 방식이어서 정비 이후엔 수천가구의 초대형 주거단지가 조성된다.

여의도는 압구정,잠실과 함께 최고층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수변경관을 산봉우리를 연상시키는 스카이라인 으로 만들어 경관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다만,주택은 50층 안팎,평균 40층 이내로 짓도록 했다. 대신 한강변 토지를 기부채납(40%)받아 여의동로를 지하화하고 문화체육시설,도서관,공원 등이 조성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