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은 집값 · 땅값 등의 향배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1970년대 말 이후 세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집값 급등의 원인 중 하나도 당시의 '풍부한 유동성'이었다.

실제 1970년대 말과 서울올림픽 직후였던 1980년대 말 집값 급등기에는 국내경제가 중동특수,국제수지 흑자 등 호황 국면으로 수요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하던 시절이었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1~2006년까지는 저금리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참여정부 내내 집값 불안 요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자금 규모는 400조원 수준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 규모는 약 5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집값이 불안했던 4~5년 전에 비해 100조원이나 많은 상태다. 그만큼 최근 경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흐름이 불안정해 리스크가 높다 보니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많이 떨어져서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대표적인 단기 부동화 자금으로 꼽히는 MMF(머니마켓펀드)가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자금이어서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개인자금 역시 펀드 · 주식 등에 묶여 있고 소득 감소까지 겹쳐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3~2007년까지 5년간 100조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려 강남권 아파트 등의 가격 불안을 키웠지만 올해는 시중에 풀릴 토지 보상비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보상비가 풀리고 있는 서울 마곡지구나 위례신도시 주변 부동산 시장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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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