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면으로 진행물건수 1∼2% 불과

법원 경매 대중화와 입찰자의 편의 등을 위해 도입한 경매 '기간입찰제'가 법원의 무관심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경매 기간입찰제란 지정된 매각 기일에 입찰하는 '기일입찰제'와 달리 1주일 이상, 한 달 이하의 일정한 기간을 정해 그 기간 내에 직접 또는 우편으로 입찰하게 하고 입찰 기간 종료후 1주일 안으로 정한 매각 기일에 개찰해 최고가 매수인을 낙찰자로 정하는 입찰 방식이다.

지방 등 원거리 입찰자들이 시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우편을 통해 편리하게 입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도입돼 지난 2004년 11월 9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첫 실시됐다.

하지만 시행 4년이 넘도록 전국의 법원에서 기간입찰제로 경매를 진행한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8일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기간입찰제 경매를 한 번이라도 실시한 법원은 전국 54개 법원 가운데 서울 북부, 동부, 수원, 동부산, 대전, 제주지방법원 등 6개(9개 경매계)에 그쳤다.

물건 수로는 총 403건으로 전체 경매물건수 대비 1.2%에 불과하다.

기간입찰제는 제도가 본격화된 2005년 총 11개 법원(50개 경매계)에서 진행했으나 2006년에는 6개 법원(14개 경매계), 2007년 9개 법원(19개 경매계), 2008년 8개 법원(13개 경매계), 올해 6개 법원으로 줄었다.

기간입찰제 진행 물건 수도 전체 경매물건 대비 2005년 1.4%, 2006년 1.8%, 2007년 2.1%, 2008년 2.2%, 올해 1.2% 등으로 1∼2%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기간입찰제 경매가 외면받는 이유는 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법원이 행정력 등을 이유로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제도 도입 이후 기간입찰제로 경매를 집행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기간입찰제는 말 그대로 일정 기간 입찰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끝나는 기일입찰제와 달리 경매 물건이 많을 경우 매물이 적체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우편으로 온 입찰 서류와 입찰함 관리 등에 법원의 행정능력이 많이 투입된다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응찰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법정에 나갈 필요없이 우편 접수가 가능하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입찰표를 교부받기 위해 사전에 법원을 방문해야 하고, 개찰할 때 또다시 법정을 방문해야 한다.

이에 비해 경매 날짜와 시간을 정해 진행하는 기일입찰제는 당일에 한 번만 가면 된다.

또 기간입찰은 입찰자의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고 입찰보증금 납부 증명서를 동봉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입찰 절차가 기일입찰에 비해 복잡하다는 게 경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경매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기간입찰제가 법원의 무관심과 복잡한 절차로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기간입찰을 활성화하려는 법원의 의지가 동시에 적절한 제도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