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야 팔린다. '

미국발 2차 쇼크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반짝했던 부동산 시장에 돌연 냉기가 돌면서 신규 주택 수요자들이 온통 가격(분양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가를 끌어내리거나 암암리에 분양가를 깎아주는 일명 '깜깜이 할인' 단지에만 수요자가 몰린다.

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 실시된 효창파크 푸르지오 아파트(서울 용산구 도원동) 1순위 청약에 총 972명이 접수,평균 6.3 대 1의 높은 경쟁률(수도권 제외)을 보이며 모든 주택형의 청약이 마감됐다.

77㎡B형(13가구)에는 255명이 청약해 19.6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20가구를 모집한 146㎡형에도 48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2.4 대 1에 달했다. 중대형 아파트가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될 줄은 시공사인 대우건설도 미처 예상치 못했다.


관망세로 돌아선 시장에서 이 같은 '분양 대박'을 터트린 것은 적정 수준으로 분양가를 내렸기 때문.대우건설 관계자는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해 있어 당초 3.3㎡당 24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하려 했으나 경기가 개선될 여지가 안 보여 재개발조합 측과 협의한 끝에 1800만~2000만원으로 낮춘 것이 적중했다"며 분양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의 소진도 분양가 할인 여부에 좌우되고 있다. 1채당 2000만원에 달하는 소개료를 주는 '깜깜이 할인'(영어식으로는 멤버투멤버 마케팅)이 대표적인 분양가 할인 수단이다.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의 모델하우스 관계자는 "수요자를 소개해줘 계약이 성사되면 소개료로 2000만원을 주고 있다"며 "소개료는 소개한 사람이 계약자와 나눠 갖는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미분양 아파트를 한 채 팔면 분양대행업체들은 시행사로부터 통상 300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이 가운데 2000만원(무상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빼면 1560만원)을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셈이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양도세 감면이나 전매제한 완화 등 호재도 있지만 소개료에 솔깃한 문의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당산동 B아파트,신월동 S아파트 등에서도 '2000만원 상당 중형차 제공' 등을 내걸고 사실상 분양가를 깎아주고 있다.

수도권에선 비과밀억제권역이면 양도세 100% 감면 대상이 되지만 여기에 분양가 5~10% 할인이란 '양념'을 친 미분양 모델하우스에만 고객들이 붐빈다. 경기 용인의 '용인신봉 동일하이빌'은 평형대에 따라 5~10%의 할인율을 적용한 이후 하루 평균 50통의 문의 전화가 울리고 있으며 미분양 60가구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