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를 토지시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1999년 이후 10년 만에 표준지 공시가격이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과 경기도의 하락폭이 컸고 그 중에서도 '버블세븐'의 땅값이 많이 떨어졌다. 각종 부동산 세금의 과표(세금부과 기준)가 되는 공시지가가 떨어지면서 올해 땅주인들이 내야 할 보유세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공시지가 하락으로 재산세가 줄어드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과표와 세율도 낮아져 작년에 비해 세금이 최대 50%가량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용인 수지 5% 이상 급락

'버블세븐'(서울 강남3구,목동,경기 분당 · 평촌 · 용인)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용인 수지구 공시지가는 5.1% 떨어져 전국 249개 시 · 군 · 구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컸다. 지난해 10.89% 급등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수지구 죽전동 동성2차 아파트 부근의 한 상업용지(876㎡)는 지난해 24억900만원에서 올해 25억4040만원으로 5.17% 하락했다. 그동안 택지개발과 교통망 확충 등 각종 호재로 집값과 땅값이 동시에 치솟았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하락률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의 내림세가 눈에 띈다. 서초(-3.07%) 송파(-3.12%) 강남(-3.23%) 등의 하락률이 3%를 넘었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초등학교 주변 상업용지(350㎡)는 21억7000만원에서 21억원으로 3.3% 떨어졌다. 목동이 포함된 양천구(-2.32%)도 낙폭이 컸다. 성남 분당구(-3.17%)와 평촌이 포함된 안양 동안구(-2.0%)도 약세였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지가가 작년보다 3%로 떨어진 서초구 방배동의 토지(5억3398만5000원)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가 189만4680원으로 지난해(327만4780원)보다 42.1% 줄어들 전망이다.

이 땅은 종합합산대상 나대지로 과세표준 적용비율(지난해 65%) 대신 올해부터 적용될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재산세는 65%,종부세는 80%로 확정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한 수치다. 다만 재산세 공정시장가액 비율(종부세는 80%)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세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뉴타운 · 혁신 · 기업도시도 약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인 충남 연기(-3.99%)는 경기침체 여파로 하락률 2위를 나타냈다. 행정도시 예정지 일대 땅값도 평균 2.85% 떨어졌다. 부산 대구 울산 등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원주 충주 태안 등 6개 기업도시 조성 예정지의 땅값도 각각 0.96%와 0.76% 떨어졌다.

지난해 11.35%나 올랐던 신길 흑석 신림 등 서울지역 3차 뉴타운 주변도 평균 2.19% 떨어졌다. 방화 아현 영등포 노량진 등 2차 뉴타운지역 역시 지난해 11.31% 상승했지만 올해는 1.67%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고 비싼 땅은 충무로 '파스쿠찌'

서울 중구 명동의 밀리오레 근처에 있는 충무로1가 커피전문점 '파스쿠찌'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곳의 3.3㎡당 가격은 2억559만원으로 작년(2억1120만원)보다 561만원 떨어졌다.

서울 중구 우리은행(옛 상업은행) 명동지점 부지가 뒤를 이었다. 공시지가는 3.3㎡당 1억9932만원이다. 이어 △충무로2가 PABBY 쇼핑(3.3㎡당 1억9899만원) △충무로 2가 화장품점 토니몰리(1억9668만원) △명동2가 OST 시계 악세사리 (1억9008만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에는 3.3㎡당 2억원이 넘은 곳이 파스쿠찌를 포함해 4곳이었으나 올해는 공시지가 하락으로 파스쿠찌만 유일하게 2억원대를 유지했다. 특히 공시지가 상위 1~10위 중 7개가 간판(상호)을 바꿔달았다. 경기 불황 여파로 손바뀜이 활발했던 결과로 풀이된다.

이의신청은 다음 달 30일까지

표준지 공시지가는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개별통지된다. 국토해양부 홈페이지(www.mltm.go.kr)나 해당 시 · 군 · 구에서 27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열람할 수 있다. 이 기간 내 이의가 제기된 땅은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4월24일 재공시한다. 전국 2905만필지에 이르는 과세 대상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5월29일 시 · 군 · 구별로 발표된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