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양도소득세 면제 · 감면 대책 발표 이후 분양권 전매와 기존 주택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미분양 및 신규 분양 주택과는 달리 양도세 완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수요자로부터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양도세 완화 방침이 발표된 지난 12일 이후 경기도 용인에서는 미분양 아파트 계약은 늘어난 반면 분양권 전매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용인은 수도권 중에서도 비(非)과밀억제권역이어서 올해 매입하는 미분양 및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해 5년 동안 양도세 100% 면제 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용인 신봉택지지구의 미분양 아파트인 '동일하이빌'의 김규천 분양자산팀 부장은 "12일 전에는 하루에 1건 계약도 힘들었는데 최근 5일 동안에만 6건을 정식 계약했고 4건을 '가계약'(소액을 걸고 사전 예약하는 것)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존에 사놓은 분양권을 거래하는 인근 중개업소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S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모델하우스에는 사람이 몰리는데 분양권을 전매로 사겠다는 문의는 끊겼다"며 "분양가보다 1000만~5000만원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분양권도 있지만 수요가 없다"고 전했다.

역시 양도세 100% 면제 혜택을 받는 파주 교하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7년 말 분양돼 미분양 물량을 찾기 힘들지만 분양권 전매 문의는 거의 없고 미분양을 찾는 수요만 늘고 있다. 이 곳은 다음 달 전매 제한이 완화되면 중 · 대형 아파트에 대해 전매가 가능해진다. 신운정공인중개소의 남영철 대표는 "소량이긴 하지만 남은 물량을 분양받으려 하지 누가 분양권 전매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양도세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 기존 주택 시장도 위축될 조짐이다. 작년 말 이후 크게 늘어난 거래가 이달 초부터 소강상태를 보이던 차에 세제지원책의 역풍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분당 서현동의 김서정 해와달공인 중개사는 "해외이주 등으로 드문드문 나오는 판교 아파트 매물을 문의하던 사람이 용인 미분양 아파트 투자를 물어보는 바람에 입맛이 싹 가셨다"고 투덜댔다.

1월 말까지 이어지던 거래가 2월 들어 서울서도 강남 · 북을 막론하고 정체현상을 빚어 시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그린114공인의 변성희 중개사는 "2월 초까지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매수-매도호가가 벌어져 거래가 뜸해지고 있다"며 "중계그린아파트 72㎡형이 2억3000만원 선에 나왔는데 매수자들은 2억1000만원 이상으로 사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강남권도 투기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가가 떨어지진 않지만 매수세는 달라붙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기존 주택 및 분양권 시장 위축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록 실물경기 변수가 있긴 하지만 미분양이 해소되면 중 · 장기적으로 기존 주택 및 분양권 시장도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미분양 물량이 없어지면 결국 수요가 다른 데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양도세 완화 조치가 단기적으로 분양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길게 보면 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규호/용인=김효정/파주=이기주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