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과 달리 양도세 혜택 없어 수요자 외면
분양가 이하 매물 수두룩...미분양 다 팔려야 회복될 듯


수도권 미분양 및 신축주택에 대한 양도세 면제가 분양권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양도세 완화 정책이 12일 이후 계약한 미분양과 신규 분양에 한정되면서 이미 분양이 끝나 이런 혜택이 없는 분양권은 상대적으로 수요자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도세가 50% 감면된 고양시 덕이지구, 식사지구에는 지난 주말 미분양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전화가 늘어난 반면 분양권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분양권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미분양 계약 예정자로부터 걸려오는 문의전화만 조금 늘었을 뿐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덕이지구 인근 D공인 관계자는 "미분양의 조건이 더 좋은데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현재 분양가보다 1천만-2천만원 가량 싼 매물도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식사지구도 지난 주말에 분양권을 팔아달라는 계약자들이 늘었다.

B공인 대표는 "양도세 혜택이 미분양에만 주어지면서 청약통장까지 사용했던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과 실망감이 큰 상태"라며 "분양권 시장은 미분양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한동안 거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지역 분양권 소유자(기존 계약자)들도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미분양이 쌓여 있는 성복지구, 신봉지구, 동천동 일대의 분양권은 이번 조치가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역 분양권은 현재 분양가보다 1천만-5천만원싼 매물도 나오고 있다.

성복지구 B공인 관계자는 "양도세 면제 시행후 미분양 구입이 유리한 지, 분양권 매입이 유리한 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대부분 분양권은 가격만 물어보고 사진 않는다"며 "미분양보다 조건이 더 나빠지면서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해 속상해하는 계약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풍무동, 인천 청라지구와 학익동 등지도 미분양을 사겠다는 문의전화는 늘었지만 분양권 거래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인천 청라지구에서 비상한제 아파트로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중흥S클래스, 자이 등은 분양가보다 2천만원 싼 매물도 아직 팔리지 않고 있다.

인천의 C공인 관계자는 "분양권이 미분양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면 분양가보다 훨씬 싸야 팔릴 것"이라며 "미분양 판매 속도가 더딜수록 분양권 가격은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세제 혜택으로 미분양이 모두 해소되면 장기적으로 분양권 시장이 함께 살아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상당부분 팔리고 신규 분양이 성공한다면 집값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며 "양도세 혜택이 단기적으로 분양권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길게 보면 상승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