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정책금리를 0.50%p 전격 인하하면서 기준금리는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연 2.00%로 떨어졌다.

한은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무려 3.25%p의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결국 한은 안팎에서 우려하던 '유동성 함정'에 해당하는 기준금리 수준인 1.5~2.0% 범위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 전부문이 위축되고 있고 기업으로 가는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히려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 1% 시대' 진입도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준금리 연 2.00%…사상 최저치
한은은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00%로 0.50%p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월에 이어 한 달만에 사상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금통위는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1.25%로, 0.25%p 인하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p 내린 것은 최근 경기 하강속도가 빨라지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금리 인하폭이 당초 예상됐던 0.25%p에서 0.50%p로 확대된 것은 경기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이 자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분기부터 전세계 경제가 거의 동시에 동반 침체 상태로 들어갔다"며 "우리나라도 작년 10월경부터 수출이 조금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12월 1월 수출 감소속도가 빨라졌다"고 기준금리 인하배경을 설명했다.

◆4개월간 3.25%p 기준금리 인하
한은은 지난 1999년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통화정책 목표를 바꾼 이래 지난해 9월까지 금리를 3.25% 아래로 떨어뜨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3.25%마저도 2005년 11월1일부터 한달간 유지됐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이후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한은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25%p나 낮추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같은 대응 배경에는 실물경기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고 가파르게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2286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0만3000명(0.4%) 줄었다. 신규 취업자 수가 이처럼 급감한 것은 2003년 9월(-18만9000명) 이후 5년4개월 만에 처음이다.
1월 수출은 지난해 1월보다 32.8% 줄어든 216억9000만 달러로, 월별 수출입 통계가 남아있는 198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은 마이너스로 굳어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했고 삼성경제연구소도 -2.4%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의 전망치는 -4.0%다.

◆한은 추가 인하 가능성 시사
한은은 금통위 회의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최근 국내경기는 소비, 투자 등 내수가 한층 더 위축되고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하강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침체 심화와 신용경색 지속 가능성 등으로 향후 성장의 하향 위험도가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어 "신용위험을 우려한 금융기관의 보수적 자금운용으로 기업이 자금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통화정책은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은이 경기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준금리 1% 시대' 초읽기
현재의 경기 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다.
이 총재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당분간 금융시장 (기준금리 인하)파급효과를 살펴볼 것"이라며 "앞으로 통화정책은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한은이 활용할 수 있는 금리카드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판단이다. 최대로 인하할 수 있는 폭은 0.5%p.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해당되는 기준금리가 1.5~2.0%라는데 대체적인 공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리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초래하고 이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 불행중 다행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00%로 낮췄고, 유럽중앙은행은 같은 날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조만간 2.0%에서 1.5%로 낮출 전망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0~0.25%로 떨어졌고 일본은 0.1%로 조정됐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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