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그룹은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청 신청사 대강당에서 마포와 서대문 지역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을 초청,'제11회 전국 순회 한경부동산 포럼'을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신영섭 마포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공무원과 공인중개사는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참석하는 등 2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습니다. '마포,서대문구 부동산 개발 계획과 시장 전망'을 주제로 다룬 토론 내용을 소개합니다.

서울 강남 '재건축발 집값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마포 · 서대문구 일대 부동산시장은 의외로 잠잠했다. 한강변 초고층 통합 개발 발표 이후 해당 지역이 일시적으로 들썩이기도 했지만 급매물이 소진되는 정도였다. 중심 지역인 공덕동 합정동 등은 집값 변화가 별로 없는 가운데 나머지 지역은 전반적으로 약세 분위기였다.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상암동 일대는 DMC(디지털미디어시티) 조성과 경의선 복선전철 1단계(문산~성산) 6월 개통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이어졌다. 노후 주택이 몰려 있는 망원동 일대는 재개발 대상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데다 '지분 쪼개기'도 많이 이뤄져 투자에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급매물 외에는 거래 '잠잠'

마포구 대흥동 도화동 일대는 66~99㎡(20~30평대)형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화되고 하락률이 둔화됐다. 하지만 대형 아파트 거래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고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들은 전했다. 중소형 평형대에서 집을 갈아타려는 수요와 이사 및 결혼시즌을 앞둔 매수세가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눈에 띌 만한 움직임은 없다는 것이다.

이영진 참좋은RNC 대표는 "작년 하반기보다는 집값 하락률이 둔화됐고 급매물이 소화되는 분위기지만 평형대별로 차이가 크다"고 소개했다.

그는 "66~99㎡(20~30평대)형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지만 132㎡(40평) 이상 대형 아파트는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흥동 태영아파트 132㎡형의 경우 작년 초만 해도 시세가 8억~8억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6억~6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세가 안붙는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이 한창인 아현3구역(아현동)은 주변 시세보다 싼 조합원 매물이 많아 집값 상승을 억누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상희 LBA천지안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이 지역의 경우 과거 112㎡(34평)형 아파트가 7억3000만~7억60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조합원 매물을 5억6000만~6억원이면 구할 수 있다"며 "주변 아파트 시세도 6억원 안팎에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중개사들은 "합정동은 작년 하반기 이후 계속 떨어지다가 올초 한강변 초고층 통합 개발 발표 전후로 문의가 부쩍 늘며 반등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저가 급매물은 어느 정도 거래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상암동 일대 집값은 약세였다.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서 원주민부동산을 운영했던 권영심씨는 "상암동 월드컵파크4단지 아파트 112㎡(34평)형이 한때 9억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6억5000만원으로 떨어졌고 급매물은 5억원대 초반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최광산 연남사랑공인중개사 대표도 "월드컵파크5단지 112㎡형 급매물이 최근 6억3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6억500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분 투자는 '유의'

마포 서대문 일대의 재개발 지분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아직까지도 가격이 높은 데다 그동안 '지분 쪼개기'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이영진 대표는 "용강2지구의 경우 대지 지분값이 한때 3.3㎡당 4000만원을 호가하다가 요즘에는 2500만원 선에서 움직인다"며 "급매물이 아니면 전혀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은 대부분 올 하반기에나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지금은 값이 싼 물건을 찾아 경매시장에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호영 자이공인중개사 대표는 "3.3㎡당 4900만원 선까지 올랐던 합정동 일대 연립주택 지분 가격이 3000만원 안팎으로 떨어졌고 망원동은 2500만~28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며 "일부 지역은 지분 쪼개기가 집중적으로 이뤄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합정동 주택 지분의 경우 3.3㎡당 3000만원 정도면 바닥이 아닌가싶다"고 진단했다.

이정석 원일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망원동 주택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3.3㎡당 가격이 700만~800만원 수준이었지만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지난해 한때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경기침체 여파로 작년 9월을 기점으로 가격이 빠져 지금은 2600만원 선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이 저점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지분이 쪼개진 경우가 많아 보상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순 G.S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실수요자들이 2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연립주택을 구하려고 찾아오지만 원하는 조건에 맞는 매물이 거의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합정 · 망원 지구는 용산이나 이촌동 못지않은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집값은 용산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앞으로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상권의 경우 용산보다 합정 · 망원 쪽이 좋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단독 및 연립주택 가격 약세 전망

토론과 별로도 포럼에 참석한 30명의 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개사들은 마포 · 서대문 지역의 단독 · 다가구 · 다세대 주택값이 앞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집값에 '거품'이 끼어 있는 데다 '지분 쪼개기' 등으로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포 · 서대문 일대의 '지분 쪼개기'가 재개발 · 재건축에 얼마나 부담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응답자 29명)에 19명(65.5%)이 '매우 또는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지역의 단독 · 다가구 · 다세대 주택 가격 전망을 묻는 항목(응답자 28명)에는 '약세나 약보합세'로 예상한 인원이 21명(75.0%)으로 가장 많았다. 강세로 전망한 사람(2명)은 7.1%에 그쳤다.

중개사들은 또 지역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재료로는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53%) △합정 및 망원지구 통합개발(33.3%) △당인리 서울화력발전소 이전(6.6%) △상암 DMC사업(3.3%) 순으로 꼽았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