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그룹 통해 분양시 약속 준수 감시

아파트 가치 상승을 위해 머리를 쓰는 `똑똑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등장했다.

11일 부산 강서구 명지주거단지 퀸덤1차 아파트 예비 입주자 모임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시공사의 자금경색 등으로 아파트 입주일이 2개월 가량 연기되자 입주지연보상금은 물론 예상되는 피해에 대한 보상을 시행사에 공문으로 요구했다.

이들은 입주일에 맞춰 부동산 매매와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입주예정자들에게 입주 시까지의 임시거처 마련, 이사비용 보상, 다음달 명지주거단지 내에 개학하는 학교에 자녀들이 통학할 수 있도록 스쿨버스를 마련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시행사는 입주예정자들의 `점잖은'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공문을 10일 입주자들에게 보냈다.

예비 입주자 모임은 각계 각층이 모인 입주예정자의 전문성을 요긴하게 이용했다.

시공사로부터 건축도면을 입수해 건축업을 하는 입주예정자에게 하자가 주로 발생하는 곳이나 내장ㆍ마감재를 살펴보도록 하고 원목마루 같은 내장재의 간단한 성능실험을 의뢰했다.

또 공인회계사 입주자에겐 입수한 시공사의 결산재무제표로 부채비율 등을 분석하도록 해 시공사의 재정상태를 파악하고, 해운업계에 종사하는 입주자에겐 시공사의 고급마감재 수입 유무를 체크하는 등 시공사가 분양시 했던 약속을 준수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있다.

예비 입주자들의 활발한 권리찾기 활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엔 강서구 명지동 퀸덤 모델하우스에서 예비 입주자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례적인'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예비 입주자 모임의 요청으로 열린 이날 설명회에서 예비 학부모들은 올 3월 명지주거단지에 개학 예정인 초.중.고의 학교장과 선생님을 불러 학교운영계획 및 현황 등을 들었다.

입학설명회에서 초등학교 측은 개학 전 학교시설을 공개하고 1일 급식체험을 갖기로 했고 중.고등학교 측은 학부모들과의 협의를 거쳐 2학기에 교복을 맞추기로 입주자들과 합의했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이 특정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입학설명회를 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치경(39) 명지퀸덤 예비입주자 모임 대표는 "단순히 시공ㆍ시행사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분양가에 걸맞은 입주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활동"이라며 "입주가 3개월 이상 지연되면 계약해지가 가능해 시공사가 무리한 준공을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명예감리단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산대 서정렬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입주예정자들이 민원 수준을 넘어 전문가 그룹을 통해 교육ㆍ생활여건향상과 아파트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수차례 법적 소송을 제기한 남구 용호동 SK 뷰 입주자들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곧 건설사의 평판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