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지역에서 영업 중인 상가 세입자에게 상가 분양권이 우선 부여된다. 또 휴업 보상비가 3개월치에서 4개월치로 늘어난다. 정부는 10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용산화재사고 관련 재개발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개발 분쟁의 핵심 쟁점인 '권리금' 문제가 빠져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개선안대로 할 경우 사업비가 증가하면서 재개발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세입자 지원 방안 확대



개선안은 재개발사업 조합원에게 분양한 뒤 남은 상가를 상가 세입자들이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감정평가를 통해 평균 3개월치를 지급하던 휴업 보상비는 4개월치로 한 달분을 더 주기로 했다. '용산 사고'가 일어난 곳의 경우 56평 규모의 음식점이 평균 1억1000만원 정도의 휴업 보상비를 받았으나 새 제도를 적용하면 1억4000만원 이상을 받게 된다.

또 재개발 지역에 사는 세입자가 이주할 곳을 확보한 뒤 개발하는 순환개발 방식이 추진된다. 임대주택 확보를 위해 서울시의 택지개발 및 주택건설 업무를 담당하는 SH공사가 임대주택 위주로 사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세입자와 조합,조합과 조합원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도 설치된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감정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장(시장,군수,구청장)이 조합 회계감사를 선정하고,감정평가사와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 조합이 전액 부담하던 세입자 보상금을 건물주도 일부 부담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동안 일부 건물주들은 주거이전비를 지원받기 위해 친인척을 동원해 위장전입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자신들이 부담하면 이런 부분이 줄어들 전망이다.

◆권리금 해결 방안 못찾아

정부가 '용산 사고'에 따른 재개발 세입자 대책으로 개선 방안을 내놓았으나 땜질식 처방이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입자들이 재개발 의사결정 과정에 일부 참여하는 등 공공성이 강화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용산 사고'의 핵심인 권리금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른 나라도 권리금을 보상해 주는 경우가 없고 국내법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해결 방안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권리금 보상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점은 재개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의 불씨를 그대로 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제2의 용산 사고'가 발생할 소지를 남겨뒀다.

상가 우선분양권도 현실과 동떨어진다. 도심 상가가 재개발될 경우 조합원에게 분양한 뒤 남는 물량이 흔치 않아서다.

또 개선안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휴업 보상비를 높이고 건물주가 세입자 보상금을 일부 부담하도록 할 경우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신길뉴타운에서 가게를 얻어 장사를 하고 있는 김 모씨는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 문제가 휴업보상금 1개월치를 더 주는 것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세입자들에게 상가 분양권을 우선 부여한다는 방안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개발 조합들은 이번 세입자 대책은 조합원 주머니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이어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순환개발 방식도 그동안 지자체가 천명했던 원론적인 언급일 뿐 실행 계획이 빠져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