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이 안팔리는데 무슨 재주로 돈을 마련합니까. 잔금 납부 기한을 조금만 연장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경기 안양시에서 다음 달 집들이를 시작하는 A아파트 계약자 김모씨는 건설업체 분양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잔금을 조금 늦게 낼 수 있느냐고 사정했다.

잔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연 15% 안팎의 높은 연체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잔금을 1억원만 내지 못한다고 해도 한 달 이자가 125만원이다. 김씨는 집값이 떨어진 것도 떨어진 것이지만 주택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집을 처분할 수 있는 길이 막혀 버렸다며 막막해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의 재정 상태가 악화한 것도 분양가 납부 연기의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때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1100대를 맴돌며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잔금 연체율이 높아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집들이에 들어갔던 서울 송파구 파크리오 아파트의 입주기간은 당초 40일이었으나 계약자들의 요구에 따라 60일로 늘어났다.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업체 본사를 찾아다니며 7000여가구가 입주하는 데 기간이 너무 짧다며 시위를 벌였다. 오산 세교지구에서는 상가용지를 분양받은 사람들의 요구로 계약기간을 넉 달 이상 연기해주는 일도 있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산세 과세 기준일 이후에 등기를 하기 위해 잔금을 늦추는 사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정말 돈이 없어서 못내는 비중이 더 크다"고 귀띔했다. 그는 "계약자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더러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건설업체 형편도 어려워 사정을 봐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