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 분양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맡고 있다.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시공사 부도 등으로 인해 공사 중단 사태가 생기면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거나 다른 건설사를 선정해 공사를 계속 진행토록 해준다. 수요자들이 돈떼일 염려없이 은행에 돈을 저축하듯,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앞으로는 수요자들이 아파트에 청약하고 나서 돈떼일 염려로 끙끙 앓아야 할지도 모른다. 주택보증의 부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주택보증에 따르면 이 회사의 납입자본금은 3조2000억원.국토해양부의 건설사 유동성 지원방침에 따라 이 가운데 무려 2조원을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아파트 보증사고 처리를 위해 남는 돈은 1조2000억원.

문제는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퇴출' 및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12개 건설사의 공사현장에서 보증사고가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건설사가 시행 · 시공한 분양보증 사업장은 모두 111곳(4만8023가구)으로,총 보증금액이 13조4662억원이나 된다. 10분의 1만 사고 나도 주택보증 재정이 위협받는 셈이다. 더욱이 건설업계 전체적으로 보증사고가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보증이 보증을 이행 중이거나 검토 중인 사업장은 이달 현재 61곳 2만3369가구로 지난해 1월의 9400가구(35곳)에 비해 배 이상 늘어났다.

물론 보증사고가 난 입주 예정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더라도 해당 사업장을 팔면 돈을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난 사업장은 제값 받기 어려운 데다 그나마 사려는 건설사들을 찾기도 힘들다. 주택보증의 한 관계자는 "한 지방의 아파트 사업장은 재작년 말부터 공매로 내놨는데 아직도 팔리지 않고 있다"며 "직원들 간에 '이러다 우리 거리로 나앉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실 가능성이 커지자 주택보증은 '리스크 관리'를 명목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에 대한 신규 분양보증까지 중단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주택보증 지분의 58%를 소유하고 있는 국토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해소와 건설사 구조조정 와중에 아파트 청약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