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에 짙게 드리워진 안개는 1분기에도 걷히기가 힘들 전망이다. 판교신도시에서 마지막으로 공급된 민간 아파트가 최고 51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분양시장 훈풍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실제로 지난 14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일유앤아이'의 경우 74가구에 대해 1~3순위 청약을 받았으나 신청은 5건에 불과했다. 광교신도시 '이던하우스'도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순위 내 청약에서 미달을 기록했다.

이처럼 침체가 지속되자 건설업체들은 주택공급시기를 늦추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3만5068가구가 분양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만7871가구가 나왔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신규로 분양되는 물량은 2만가구로 추산되며 일반 공급 물량은 1만3000여가구다.

이는 겨울철이 분양비수기임을 감안해도 예년보다 분양 물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 분양을 예고한 아파트가 지난해보다 60%나 줄었다.

전체적으로 물량은 줄었지만 올 1분기 공급될 단지 중 관심을 가져볼 만한 곳으로는 서울 용산과 은평지역 아파트가 꼽힌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2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분양채비를 하고 있다. 경기권의 경우 판교신도시에서 2000여가구(10년공공임대)가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인천에서는 청라지구에서만 3370가구가 쏟아진다.


◆서울은 3월에만 4810가구 공급

서울에서 분양될 1분기 물량은 2월에는 없고,3월에 몰려있다. 3월에는 모두 4810가구가 공급 예정인데,이 중 1483가구가 일반 공급 물량이다. 규모가 가장 큰 단지는 현대건설이 은평구 응암동의 2개 재개발구역에서 내놓을 '현대힐스테이트'다. 전체 2073가구의 대단지다. 7구역에서 1106가구(46~170㎡형), 9구역에서 967가구(46~148㎡형)가 각각 나온다. 다만 일반공급 아파트가 165가구(7구역 109가구,9구역 48가구)로 많지 않다. 지하철 6호선 새절역이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용산에서는 3개 단지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동자동 4구역을 재개발한 동부건설 센트레빌은 273가구(159~307㎡형) 가운데 202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지하철 1 · 4호선 환승역인 서울역을 이용할 수 있다. 동부건설은 또 한강로2가 국제빌딩주변 3구역에서도 128가구(155~241㎡형) 중 48가구를 일반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과 1호선 용산역이 가깝다.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효창3구역 효창푸르지오는 307가구(77~146㎡) 규모로 165가구가 일반분양몫이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 이용이 수월하다. 선린중 선린인터넷고 숙명여대 등도 도보 통학권이다.

벽산건설이 구로구 고척3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이는 블루밍은 339가구(80~145㎡형) 가운데 14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앞으로 인근 영등포구치소가 이전하고 그 자리에 생태공원이 들어선다. 목동이 가까워 학원 등 교육시설을 이용하기가 쉽다.



◆수도권은 성남 · 광교 · 청라 주목

비교적 분양열기가 살아있는 성남에서는 3개 단지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모두 대한주택공사가 내놓는 물량이다. 판교신도시에서는 2월에 10년 뒤 분양전환되는 '휴먼시아'공공임대 아파트 2068가구가 선보인다. 주택크기는 101~181㎡형로 중대형이다. 비슷한 시기 단대동에서는 927가구짜리 '휴먼시아'가 나온다. 지하철 8호선 단대오거리역과 남한산성입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3월에는 도촌동에서 633가구가 공급된다. 전용 85㎡형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구성된다. 광교에서는 한양이 '수자인' 아파트 (214가구)를 109㎡짜리 단일크기로 3월에 내놓는다.

인천에서는 대림산업과 코오롱건설이 서구 신현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파트를 2월 중 분양예정이다. 이 단지는 83~205㎡형으로 구성된 2966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1116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후분양 아파트여서 11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다.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가 인근이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개발되는 가정오거리와 인접했다.

청라지구에서는 두 달 동안 4개 단지에서 3370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온다. 신동아건설은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시행하는 '웰카운티'아파트 464가구(125~218㎡형)를 다음 달 내놓는다. 청라꿈에그린과 한라비발디 동문굿모닝힐 등은 모두 700가구 이상 대단지로 3월에 청약신청을 받는다.

청라꿈에그린은 1172가구로 규모가 가장 크다. 모두 149㎡형으로만 이뤄져 있다. 한라 비발디는 992가구(132~171가구)이고 동문 굿모닝힐은 742가구(140,153㎡형)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안에 있는 청라지구는 금융과 레저도시로 계획돼 있다. 경인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는 물론 경인고속 직선화도로 및 인천국제공항철도 청라역이 신설되는 등 광역 교통여건이 향상될 예정이다.

송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2,3월에 각각 543가구(D15블록,111~200㎡)와 380가구(D24블록,140~288㎡)를 분양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좋지 않아 건설업체들이 공급계획을 잡았더라도 제때 청약에 들어갈 수 있을 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실수요자들은 당분간 신규 분양시장에만 주력하기보다 각자 여건에 맞는 기존 주택 구입에 나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