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에서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건설사들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중인 아파트의 계약자들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가 하면,미분양 아파트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금난이 가중될 위기다. 또 일부 건설자재 납품업체들이 납품을 거부하면서 공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22일 대한주택보증에는 퇴출 및 워크아웃 대상 11개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계약자들의 민원전화가 폭주했다. 계약자들은 "건설사가 계약을 해지토록 하고 아파트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해달라","B등급 이상 기업으로 시공사를 바꿔달라"는 등을 요구했다.

주택보증 관계자는 "퇴출 대상인 대주건설의 사업장이 집중된 광주 지점에서는 거의 업무가 마비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해당 건설사들 역시 계약 해지 등을 요구하는 계약자들의 전화에 시달렸다. 워크아웃 대상인 A건설사의 관계자는 "워크아웃은 부도와 달라 공사가 제대로 진행된다고 답변해도 계약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파트 공사는 정상대로 진행된다,회사를 믿어달라'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띄우기도 했다.

미분양 아파트 판매도 난조를 보이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경기도 김포에서 분양중인 아파트가 경인운하 등 영향으로 미분양이 소진될 조짐을 보였는데 신용위험평가 발표 후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가격까지 할인해 수도권 미분양 물량을 팔아왔는데 워크아웃 결정 이후 문의전화가 한 건도 없다"고 털어놨다.

대금을 떼이거나 결제지연을 우려한 일부 건설자재 업체들은 공사현장에 레미콘,철근,페인트 등의 납품을 중단하고 있다. D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대금 지급방안을 명확히 제시할 때까지 납품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조기 워크아웃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말 회계법인에 용역을 줘서 마련한 실사자료 등을 적극 활용해 향후 외부기관의 실사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워크아웃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림건설도 서울 서초동 사옥 매각,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