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등급 받은 건설사 "평가기준 모호…소송 불사"
금감원, 12월 결산자료 나오면 2차 구조조정
정부가 당초 예정보다 사흘 빠른 20일 조선 · 건설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퇴출 업체의 명단이 흘러나와 혼란이 커지자 마지막 끝내기에 박차를 가해 이날 오전 최종 명단을 확정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대폭 늘어났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마디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내달 2차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개입 후 5배 넘게 증가

이달 중순 채권은행들이 100대 건설사 중 92곳,중소형 조선사 19곳 등 111개사를 대상으로 한 신용위험평가 결과에서는 워크아웃 대상이 3곳에 불과했다. 퇴출 대상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은행들이 총점 5%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점수를 가감하도록 한 규정을 활용,모두 플러스 가점을 준 결과다.

금감원은 즉각 평가 결과의 수정과 보완을 지시했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퇴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을 경우 사실상 구조조정이 물 건너갔다는 질책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량점수가 5%였지만 깎은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며 "은행들이 재량으로 준 가산점을 제로로 만든 뒤 적극적으로 감점을 줄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 결과 B등급에 간신히 턱걸이한 기업 중 상당수가 한 등급 떨어지면서 C등급 이하 숫자가 16개로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형식상 은행의 자율평가 결과라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번 평가 결과를 놓고 정부의 관치 개입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신규 자금 지원 놓고 은행 간 줄다리기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금감원 퇴짜놓자 워크아웃 3개→14개로…시장선 "미흡"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와 조선사를 확정했지만 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 등을 놓고 채권은행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 기업은 물론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으로 분류된 B등급 중에서도 신규 자금 지원을 놓고 은행 간 실랑이가 벌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실사를 거쳐 채권 재조정,채무원금 탕감,신규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주채권은행이 아닌 은행들이 난색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지원 분담 비율이나 기업의 자구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해 채권단 내 이견이 나올 수 있다"며 "채권금융기관 조정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등급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반발도 문제다. 일부 업체들은 모호한 평가 기준 등을 문제 삼으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체의 경우 사정이 더욱 복잡하다. 선박 수주를 위해 은행에서 발급받는 선수금환급보증(RG)에 대해 보증을 선 보험사도 채권단에 포함되기 때문에 금융회사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조선사 구조조정] 금감원 퇴짜놓자 워크아웃 3개→14개로…시장선 "미흡"

내달 2차 구조조정 착수

금감원은 내달 초 각 기업들의 지난해 12월 말 결산자료를 근거로 2차 구조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08년 결산이 확정된 이후 신용위험 재평가를 통해 추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사 및 조선사에 대해서도 이른 시일 내에 주채권은행 주도로 3차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건설,조선업 이외의 산업과 개별 대기업 및 그룹에 대해서도 유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부실 징후를 조기에 차단시키기로 했다.

이심기/정인설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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