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들썩이면서 집주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집값이 최근 모처럼 상승세로 돌아서고 미세하나마 매수세도 살아난 탓이다. 지금 팔아야 할지,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작년 말부터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호가가 1억원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저가 물건만 찾는 탓에 실거래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매도를 고려해왔다면 무작정 기다릴 일이 아니라 사겠다는 사람이 나섰을 때 손해를 보더라도 처분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요즘 금리가 낮아지면서 한숨을 돌린 집주인들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돌아서는데 바람직한 대응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든 만큼 장기투자가 아니라면 매도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괜히 호가를 올리면서 버티다가 주택시장을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의 들러리만 서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동산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은 올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국민은행은 전국적으로 7~8% 하락을 예상했고 건설산업연구원도 5% 이상 떨어지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전국적으로는 3.1% 상승했다. 올해 집값 내림폭이 작년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반짝장세가 나타난다고 해도 대세 하락기를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강남권의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서는 당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매수세가 있을 때 팔겠다며 매도 결정을 내리는 집주인이 많다고 전한다. 올해 들어 12건의 아파트 거래를 중개했다는 서초구 Y공인 관계자는 "대출을 많이 받거나 단기 급등 기대를 포기한 집주인 가운데 이번에 매도에 나선 사람이 제법 많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더 오를 것이라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일단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