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구청으로부터 120만원의 이행강제금 통지서를 받았다. 현재 옥상 베란다에 새시를 설치해 사용 중인 옥탑방을 철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작년 상반기 이 집을 구입할 때 건축업자가 준공 이후 새시 설치를 해주겠다고 해서 계약했는데 새시설치가 불법이라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6년부터 아파트나 다세대 · 빌라 등 공동주택 발코니 확장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새시 · 지붕 등을 설치해서 주거전용면적으로 늘리는 것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다세대 · 빌라에 있는 '베란다'는 확장을 허용치 않고 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코니는 주거공간 연장을 위해 건물 외벽으로부터 돌출시킨 공간을 의미한다. 반면 베란다(오른쪽 그림)는 공동주택에서 위층이 아래층보다 바닥면적이 작아 아래층 지붕 위에 생긴 여분 공간을 의미한다.

서울행정법원도 "2007년 발코니와 베란다는 명백하게 다른 건축 구조물이어서 정부가 발코니가 아닌 베란다를 주거공간으로 확장토록 해주는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발코니 확장도 사전에 관할 지자체의 건축허가를 반드시 받도록 했다.

그런데도 다세대 · 빌라 등의 베란다 불법확장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주택개발업체들이 분양 활성화를 위해 계약자들에게 '준공 이후 베란다 확장 약속'을 해주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또 발코니와 베란다는 실제 주거용으로 바꿔도 주거전용면적에서 제외되고,용적률 계산에도 포함되지 않아서 '불법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강서구 화곡동 H공인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다세대 · 빌라 등이 이 같은 불법확장이 많았다"며 "일부 빌라들은 베란다를 확장해 안방처럼 쓰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이에 대한 일제 조사를 실시,이행강제금을 물리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항공촬영 등을 통한 일제점검을 통해 350건에 달하는 베란다 불법 새시 설치를 적발했다"며 "이 중 40~50여건은 시정조치 등을 거쳐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행강제금은 면적 · 불법행위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긴하지만 50만~150만원 정도가 매겨진다.

소형주택 개발업체 한 관계자는 "다세대 · 빌라의 베란다 증축을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서 단속하기보다는 현실적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