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은행권이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대주단 협약이 건설사와 시행사간 분쟁의 빌미가 됐다.

14일 금융계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에 소재한 레저시설인 타이거월드의 시행 및 운영업체인 이도랜드와 웅진그룹 계열의 극동건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지급보증 의무 이행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도랜드는 PF대출의 지급보증을 약속한 극동건설에 보증의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한 반면 시공사인 극동건설은 대주단협약 가입으로 채무 이행 의무가 유예됐다고 버티고 있다.

이도랜드는 2007년 10월 하나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천300억 원 규모의 PF 대출을 받고 이 중 700억원을 9개월 내에 우선 상환키로 했다.

그러나 이도랜드가 700억 원의 PF대출을 만기일인 작년 7월 갚지 못해 시공사인 극동건설이 하나은행과 지급보증 약정을 맺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줬다.

하지만 극동건설이 오는 17일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 원의 PF 대출에 대해 보증 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고 나섰다.

보증채무자인 극동건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채무 상환 의무를 1년 간 유예받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대주단협약에 따르면 대주단협약에 가입한 건설사는 주채권의 상환뿐 아니라 보증채무이행 등도 유예받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PF 대출 연장 여부나 보증 채무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대주단이 판단하는 것이지 우리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도랜드 등에 만기 도래하는 PF 대출에 대해 추가 신용보강과 일부 상환을 해야 만기 연장을 해줄 수 있다고 못박았다.

이도랜드 관계자는 "은행이 매년 영업실적이 호전되고 대출이자도 연체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것은 '비올 때 우산 뺏기'의 전형"이라며 "법정관리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도랜드가 상가분양 대금이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상환하겠다고 했다가 또 다시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불황을 핑계로 만기 연장을 요청했다"며 "이도랜드는 앞으로 상황이 악화할 것이므로 일부 자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극동건설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만큼 보증 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면서 이도랜드 측에 700억 원의 공사 미수금을 갚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도랜드 관계자는 "건설사가 대주단 협약에 가입해 채무상환 유예를 받았다면 시행사의 부담도 덜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주단 협약이 엉성해 엉뚱한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이도랜드에 자산 매각 등을 통해서라도 공사대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며 "채무상환 대신 경영권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에 대해선 정식으로 요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도랜드는 2007년 7월에 실내 스키장, 워터파크, 골프연습장, 키즈아카데미, 휘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레저시설인 타이거월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