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앞두고 도지사ㆍ국회의원까지 "살려달라" 읍소
금감원, 대상기업 10곳에도 미달 '용두사미' 될까 우려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착수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부실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를 솎아내기 위한 주채권은행의 등급 분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은행들이 부실 축소를 위해 등급을 높이는 식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을 대상으로 한 건설사 등의 로비와 압력,비방도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오는 16일까지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등급을 확정하기 위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업체를 4개 등급으로 나눠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B등급)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며 부실징후기업(C등급)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넣는다. 부실기업(D등급)은 채권 회수 등을 통해 퇴출시키게 된다.

이와 관련,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 발생을 꺼려 C,D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큰 상당수 기업의 등급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조조정 대상이 당초 예상보다 적은 10곳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증시에선 지난 연말 확정된 건설 · 조선업 평가기준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20~40곳의 기업이 C,D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주거래 업체에 대해 C나 D등급을 매기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출 결정을 할 경우 은행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KB투자증권은 최근 발표된 건설사 퇴출 기준에 따라 38개 상장 건설사 중 10여개가 퇴출될 경우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8개 상장 은행의 잠재손실이 은행 자기자본의 5.5%인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농협은 주채권은행을 맡은 13개 건설사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 "생각보다 양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관계자도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크게 문제가 있는 기업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12개 중엔 특별히 문제되는 기업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조선사들은 은행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홍보','읍소','타사 비방' 등의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국토해양위 소속 국회의원은 금감원 내 기업 구조조정업무를 맡고 있는 기업재무개선지원단에 수많은 대외비 자료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 구명 운동엔 전남,경남 등 조선사가 몰린 지방자치단체의 단체장까지 나서고 있다.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정부 전략산업으로 시작한 신생 중소형 조선사를 퇴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최문박 연구원은 "시중은행이 정부처럼 과감하게 옥석가리기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업체 로비 등이 있다면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도원/안재석/정재형 기자 van7691@hankyung.com